年利 10000%… 불법사채에 日 병든다

  • 입력 2002년 12월 9일 17시 56분


장기불황 속에서 피어나는 독버섯 ‘불법 사채(私債)’가 일본을 병들게 하고 있다.

‘무담보’ ‘무절차’를 미끼로 잠깐 급한 돈을 빌리려는 소비자들을 유인, 최고 연리 1만%에 이르는 고리대금으로 결국은 파산에 이르게 하는 경우가 잇따르고 있는 것.

불법 고리대금업이 판을 치면서 개인 파산뿐 아니라 대출금 회수를 둘러싼 살인이나 자살 등 각종 파생 범죄가 빈발해 일본 변호사연합회 등이 대책 마련에 나설 정도다.

일본에서 정식으로 인허가를 받고 개인에게 돈을 빌려주는 고리대금업자만 3만여 곳. 불법업자까지 합치면 10만여 곳이 넘는다는 추산도 있다. 사채시장은 합법적인 거래액만 10조엔(약100조원)에 달해 불황 속에서도 유일하게 호황을 누리고 있는 분야다.

대금업자들의 대출이자는 연리 29.2% 이내로 제한돼 있지만 불법 사채업자들은 대부분 365% 이상의 고금리를 받고 있으며 연리 1만%나 되는 곳도 있다. 즉 1만엔(약10만원)을 빌리면 1년 후 원리금이 최고 100만엔(약1000만원)으로 불어나는 셈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들 업자들에게 한 번이라도 돈을 빌리면 대출자 리스트에 올라 전국 업자들의 집중 공략 대상이 된다는 것. 수시로 집이나 휴대전화로 연락해 “돈을 빌려주겠다”고 유혹한다. 한번 돈을 빌리면 빚이 빚을 낳아 파산에 이르고 만다.

이같은 개인파산은 불황 조짐이 뚜렷해지기 시작한 1990년대 후반부터 급증하기 시작했다. 96년까지만 해도 5만건 대에 그쳤으나 지난 해에는 세 배나 되는 16만건으로 늘어났으며 올해는 1∼10월에 이미 17만3289건을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6.2%나 늘어났다. 불법 사채를 이용해 파산 직전에 몰려 있는 ‘예비 파산자’는 수배에서 수십배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여기에 미쓰이스미토모, UFJ, 도쿄미쓰비시 등 대형 은행까지 개인대출 사업에 뛰어들어 ‘개인파산’을 부추기고 있다. 이들 대형 은행들은 최근 경영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대금업자들보다 조금 낮은 연리 15∼18%를 제시하며 개인 융자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

불법 사채로 인한 개인파산이 늘어나자 전국불법금융대책회의 등 시민단체는 전국 2000개 업자를 적발해 고발하는 한편 피해자 무료상담을 실시 중이다. 또 일본변호사연합회도 불법사채 근절을 위한 법안 요강을 마련하고 각 정당에 “관련 법을 정비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끝이 보이지 않는 불황의 터널 속에서 사정은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도쿄〓이영이특파원

yes20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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