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론 파산 1주년…아물지 않은 상처

  • 입력 2002년 12월 2일 18시 01분


《한때 매출 1000억달러를 기록했던 미국 최대의 에너지 기업 엔론이 법원에 파산신청을 낸 지 2일로 꼭 1년이 됐다. 주가를 높이기 위해 영업실적을 조작한 것이 드러나면서 엔론은 최대의 파산기업이 됐다. 이어 월드컴, 글로벌크로싱, 타이코, 아델피아 등 대기업의 회계부정이 잇따라 드러나면서 주가(株價) 극대화를 최우선으로 하는 미국식 자본주의의 효용성에 대한 회의가 확산되기도 했다.》

▽무엇이 바뀌었나〓파이낸셜 타임스는 2일 엔론 사태 이후 기업윤리가 경영의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고 분석했다.

엔론과 엔론을 부실 감사했다가 시장에서 퇴출된 회계법인 아서 앤더슨은 경영대학원의 단골 사례연구 대상이 됐다. 도덕적 경영자를 영입하는 것이 결국 기업가치를 높이는 것이라는 인식도 확산됐다. 파산신청을 낸 월드컴이 국민적 영웅으로 떠오르고 있는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을 영입하려 하고 있는 것은 좋은 예.

윤리 경영은 감사 및 거래 비용을 줄이는 실질적 효과도 있다고 이 신문은 설명했다. 인디애나 대학이 103개국 사례를 비교 조사한 결과 내부자거래 차단 규정이 잘 마련된 기업일수록 주식발행비용이 5%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컨설팅회사 매킨지의 조사에 따르면 기업투자자들은 지배구조가 잘 확립된 기업의 주식을 더 높게 평가하고, 더 많이 사는 것으로 드러났다.

▽남은 과제는〓조지 W 부시 행정부는 7월 기업 회계부정을 뿌리뽑겠다며 기업개혁법안(사반스-옥슬리법)을 발표했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고 이코노미스트가 지난달 28일 지적했다. 이 법에 따라 신설된 기업회계감독위원회(CAOB)의 초대 위원장으로 임명된 윌리엄 웹스터는 회계부정 묵살 의혹으로 3주 만에 불명예 하차했다. 하비 피트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도 이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면서 기업회계 양대 감사기구가 유명무실해졌다. 미국 내 상당수 기업이 최고경영자와 회장직을 구분하지 않는 관행도 바꿔야 한다고 이 잡지는 덧붙였다. 이사회를 운영하는 회장(의장)과 집행위원회를 책임지는 최고경영자(CEO)가 같을 경우 경영에 대한 내부 감시와 견제가 제대로 이뤄질 수 없기 때문.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파산처리 비용〓엔론 채무정리 작업은 1년이 되도록 거의 진전이 없지만 각종 재무회계 컨설팅과 법률자문 비용만 나날이 늘어 채권단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엔론의 로펌인 WGM사가 9월에 법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파산신청에 따른 각종 용역비용은 올 연말까지 모두 3억600만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하루 100만달러씩 사라지는 셈.

마침내 파산법원은 과다한 수임료를 깎기 위한 감시활동을 시작했다. 파산법원이 올 4월 구성한 수임료 위원회는 지난해 12월부터 올 3월까지 수임료 지급요청을 검토한 뒤 이중계상과 목적이 애매한 조사활동 등을 감안해 265만달러는 깎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당초 요구비용 5800만달러의 4.5%이다.

◆엔론사태 일지◆

2001 12.2 엔론, 법원에 파산신청

2002 1.10 미 법무부, 엔론사태 조사착수

케네스 레이 엔론CEO 사임

3.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월드컴 회계조작 조사 착수

6. 월드컴, 38억달러 규모의

회계부정 사실 발표

7. 월드컴,미경제사상 최대 규모

파산신청

11. 엔론회계담당임원앤드루패스토,

돈세탁 등 78가지 혐의로 기소

박래정기자ecopark@donga.com

곽민영기자havef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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