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방송 ‘신식 영어’ 난무…略語 많아져 사전도 개편

  • 입력 2002년 11월 13일 18시 23분


말이 빨라진다. 그러다 보니 약어(略語) 등 새 단어가 넘쳐나 사전이 급격히 두꺼워진다.

이는 영어의 변화에 대한 미국 언론의 진단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 TV 드라마에서 일정한 시간 내의 대사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 배우들의 ‘터보엔진급 빠르기’의 말이 일상화됐다고 12일 보도했다. 미 NBC방송의 인기 드라마 ‘이아르(ER)’의 대본은 8년 전 편당 60장에서 지금은 최소 80장이다. 다른 드라마들도 사정이 비슷하다.

제작자들은 되도록 많은 대사를 각본에 집어넣으려 한다. 말을 빨리 하면 배우가 똑똑해 보인다. 또 섹스나 폭력 등에 대한 표현이 제한된 지상파 방송에서는 말을 빨리 하는 것이가장 강렬한 자극 요인이기 때문이라는 것.

시청자들도 빠른 전개를 기대하기 때문에 구성이 복잡해질 수밖에 없고 이에 따라 대사가 많아지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다.

많은 대사를 쏟아내기 위해 인물의 클로즈업은 되도록 피한다. 배우들의 대사만을 감독하는 ‘대사코치’까지 생겼다. 배우들이 말 없이 움직이는 장면은 최소한으로 줄인다.

말을 빨리 하는 것으로 성에 차지 않으면 문장이 아닌 구절만 나열한다. LA타임스는 10일자 사설에서 TV뉴스에서 술어 목적어 부사어 등을 빼고 의미 전달을 위해 구절만을 대충 나열하는 ‘이상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문장구조만 무너진 것이 아니고 발음도 뭉개지고 온갖 약어들이 난무한다.

LA타임스는 “단어들을 연결시켜 문장으로 말하는 것은 듣는 사람에게 생각을 연결할 수 있도록 여유를 주는 일종의 배려”라며 “최근의 스타카토식 말은 듣는 사람을 피곤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또 뉴욕타임스는 기를 쓰고 말을 빨리 하려는 사람들 때문에 옥스퍼드 축약판 영어사전에새 단어를 추가하는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고 12일 보도했다. 9년만에 3500개의 단어가 추가됐다는 것. 새 단어는 대부분 대중문화, 영화, 과학소설, 정치 분야의 말이며 주로 미국에서 생겨났다. ‘희망사항’을 뜻하는 ‘워너비(wannabe)’ 등이 대표적인 예.

전통적으로 옥스퍼드 사전에 새 단어로 등록되기 위해서는 5년동안 다섯 군데의 각기 다른 장소에서 다섯 번 이상 사용돼야 한다. 그러나 새 단어 중 ‘문자메시지(text messaging)’같은 단어들은 너무 자주 쓰여 5년도 채우지 않았다.

사전의 공동 저자는 “기술의 발전과 함께 대화의 속도도 빨라져 어휘가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박혜윤기자 parkhy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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