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글리츠교수 “세계경제 디플레 가능성 높다”

  • 입력 2002년 10월 15일 17시 48분


“세계화의 인간화 필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가 15일 그랜드힐튼 호텔에서 미국 등 강대국 중심의 ‘세계화’를 비판하고 있다.-이훈구기자
“세계화의 인간화 필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가 15일 그랜드힐튼 호텔에서 미국 등 강대국 중심의 ‘세계화’를 비판하고 있다.-이훈구기자
“세계화에 ‘인간의 얼굴’을 입혀라.” 2001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이자 세계은행 수석부총재를 역임한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의 주문이다.

‘2002 세계지식포럼’(매일경제신문 주최) 참석차 한국을 찾은 스티글리츠 교수는 15일 국내외 기자회견에서 최근 그의 저서 ‘세계화와 그 불만’에서 보여준 날카로운 비판의식을 다시 한번 내비쳤다.

세계은행 부총재 당시 미국 주도의 세계화를 비판하다 쫓겨나다시피 자리에서 물러난 그는 이날 서울 그랜드힐튼 호텔에서 가진 회견에서 “미국은 밖으로 세계화를 주창하면서 안으로는 자국 산업들에 사상 최대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면서 “자유화, 민영화, 개방화로 대변되는 세계화의 비용은 결국 아프리카와 중남미의 빈국들이 떠안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화의 인간화(Humanization)’가 필요하다면서 “이를 위해 국제통화기금(IMF)이 회원국들에 대한 정책 간섭을 줄여야 한다”면서 “한국의 경제위기 극복은 결코 IMF의 정책 덕분이 아니며 세계 거시경제 여건이 빠르게 회복됐고 한국 정부가 공격적 해결 노력을 보였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미국과 세계경제 전망에 대해서는 “미국은 세계경제를 깊은 수렁으로 몰고 가고 있다”면서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경제관리 능력을 비판하고 “미국 경제가 재채기를 하면 세계 경제가 독감을 앓는데 지금은 미국 경제가 독감을 앓고 있다”며 자신의 세계경제 전망은 비관적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의 이라크 전쟁 계획과 관련해 “일부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경제가 불황에서 벗어난 점을 들어 이라크전이 경제회복에 기여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라크전은 동원인력이나 국내총생산(GDP) 투입에서 2차대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작다”면서 “이라크전은 중동지역 확전, 유가급등 등 부정적 요소가 더 크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한국의 가계부채 급증 현상에 대해 “97년 환란을 불렀던 기업부채만큼 심각한 문제는 아니다”라고 전제한 뒤 “그렇지만 가계부채 증가는 금리정책을 구사할 수 있는 여지를 줄어들게 하므로 계속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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