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미 카터, 퇴임후 21년간 ‘세계 평화 전도사’

  • 입력 2002년 10월 11일 22시 00분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올해 3월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과 함께 아프리카의 에이즈 확산을 막기 위해 마련된 행사에 참석해 에이즈에 감염된 아기를 안고 있다.소웨토AP연합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올해 3월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과 함께 아프리카의 에이즈 확산을 막기 위해 마련된 행사에 참석해 에이즈에 감염된 아기를 안고 있다.소웨토AP연합
《올해 노벨평화상을 받은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78)은 재임시보다 퇴임 후가 더 화려한 ‘아름다운 전직 대통령’으로 불린다. 1981년 재선에 실패하고 물러났지만 이후 21년을 전 세계를 누비며 인권과 평화의 메시지를 전파해 왔다. 1977년부터 4년간 제39대 대통령을 지낸 카터 전 대통령은 미 역사상 가장 인기 없는 대통령에 속한다. 그는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사임을 몰고 온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공화당의 인기가 형편없던 시절 민주당 후보로 당선됐다.》

재임 기간 이스라엘과 이집트간 분쟁에 종지부를 찍은 캠프데이비드 중동평화협정 체결을 유도하고 옛 소련과의 전략무기감축협정(SALT)을 타결짓는 등 분쟁 해결에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이란의 이슬람 정부에 억류된 미 대사관 직원의 석방을 둘러싸고 굴욕적인 협상을 벌이다 마지막 카드로 꺼내든 특공대 투입작전이 참담하게 실패하면서 인기가 곤두박질쳤다. 설상가상으로 당시 미 경제는 일본 경제의 기세에 눌려 장기 불황을 예고하고 있었다.

1980년 로널드 레이건 후보에게 패한 그는 그러나 편안한 퇴임 대통령의 노후생활을 거부하고 ‘세계 평화의 전도사’로 옷을 바꿔 입었다. 1982년 부인 로절린 여사와 함께 세운 비영리재단 카터센터가 그 출발점이었다.

그가 학창시절을 보낸 애틀랜타에 세운 이 센터는 인권과 분쟁 해결, 민주주의와 자유이념 전파를 열망하는 전문가들과 자원봉사자들, 그리고 전 세계에서 보내온 연 3500만달러의 기부금에 의해 움직인다.

카터 전 대통령은 이 센터의 무보수 이사장을 맡아 분쟁지역을 쫓아다니며 화해 방안을 모색하는 해결사 역할을 맡아왔다. 또 빈곤한 아프리카 등지의 질병 퇴치, 개발도상국의 성장과 발전을 위한 정책수립도 그의 관심사였다.

한국과 맺은 인연도 각별하다. 그는 80년대 신군부에 의해 사형선고를 받았던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구명운동에 적극 나섰다.북한 핵 위기로 한반도에 전운이 감돌던 1994년엔 개인자격으로 북한을 방문, 성사되지는 않았지만 김일성(金日成) 주석으로부터 남북정상회담 약속을 받아냈다.

지난해 8월에는 한국을 방문, ‘사랑의 집짓기 운동’에 참가해 자원봉사 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인권신장에 매달리는 동안 그는 수많은 상을 탔다. 마틴 루터 킹 평화상, 유엔 인권상을 비롯해 미국 최고의 시민상인 ‘자유의 메달’ 등등. 노벨평화상도 ‘단골후보’였으나 수상하지 못하다 이번에 영예를 안았다.

한편 노벨위원회는 11일 선정 배경을 설명하면서 “카터 전 대통령을 선정한 것은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에 대한 비난의 의미도 담겨 있다”고 논평했다.

위원회는 “무력 사용의 위협이 대두되는 최근 카터 전 대통령은 ‘분쟁은 최대한 국제법에 기반을 둔 중재와 국제공조를 통해 해결돼야 한다’는 원칙을 지켰다”고 간접적으로 부시 대통령을 비판했다.

수상 소식을 접한 뒤 카터 전 대통령은 CNN과의 회견에서 “노벨평화상 자체가 평화와 인권을 생각하는 사람들의 용기를 북돋운다고 믿어 의심치 않으며 따라서 감사하고 영광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박래정기자 ecopark@donga.com

권기태기자 kkt@donga.com

▼카터 노벨평화상 수상자 공적▼

78년 이스라엘과 이집트 갈등 조정을 위한 캠프데이비드 협정 체결 기여

82년 세계 평화와 봉사를 위한 카터 센터 설립

88∼89년 에티오피아 정부군과 반군 평화협상 중재

89년 파나마 대통령 선거 감시, 부정 선거임을 비판

제3세계 식량 증산 및 질병 퇴치 위한 ‘글로벌 2000’ 활동

90년 니카라과 좌파 정권과 담판, 자유총선 계기 마련

92년 미국 워싱턴 우범지대 내 빈자들을 위한 ‘인도적 주거지’ 건설 활동

94년 북한 방문해 남북한 핵 위기 평화적으로 중재

아이티 방문해 군부 정권 퇴진 유도

보스니아 내전 종식을 위한 평화적 중재 활동

95년 빈자들을 돕는 애틀랜타 프로젝트 추진

99년 우간다와 수단 분쟁 중재

2002년 제3세계 빈자를 위한 지미 카터 특별 건축사업 시행

쿠바 방문해 인권 개선, 미국과의 관계개선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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