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구제금융국가 간섭 줄인다

  • 입력 2002년 9월 27일 18시 24분


국제통화기금(IMF)이 구제금융을 받는 국가에 대한 정책 간섭을 대폭 줄이기로 했다.

IMF는 26일(미국 시간) “IMF 집행이사회가 25일 구제금융을 지원하는 대가로 해당국가에 권고하는 경제 및 사회 정책에 대한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IMF가 이 가이드라인을 수정한 것은 1979년 이후 처음이다.

IMF는 2000년 5월 호르스트 쾰러 현 총재가 취임한 직후 그동안 구제금융을 지원받은 국가와 비정부기구(NGO), 경제학자들로부터 쏟아져나온 비판에 대응해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왔다.

IMF는 “(새 가이드라인에서) 가장 중요한 변화는 구제금융을 받는 회원국이 자신들의 정책에 대해 1차적 책임을 져야 하며 개혁 프로그램도 해당 국가가 초안을 잡아야 한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이는 IMF가 “외환위기에 처한 국가에 수십억∼수백억달러의 자금을 빌려주는 대가로 마음대로 해당국가의 경제구조를 뜯어고치려 한다”는 비판을 의식한 정책 선회로 풀이된다.

새 가이드라인은 “지원받는 국가가 주인의식을 갖는 것이 프로그램 성공 여부를 결정짓는다”라면서 “프로그램과 관련한 주요 문서는 해당 국가가 준비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하나의 처방이 모든 나라에 적용될 수 있다(One-fits-all)’는 태도를 버리고 지원 대상 국가의 여건에 맞는 ‘맞춤형 프로그램’의 필요성을 역설한 것.

97년 한국 외환위기 당시 IMF가 남미에서나 쓸 수 있는 초(超)고금리 처방을 무리하게 적용하는 바람에 위기가 악화했다는 조지프 스티글리츠, 로버트 웨이드 등 경제학자들의 비판이 옳았음을 인정한 셈이다.

IMF는 또한 “경제 및 사회 정책 권고는 목표 달성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금융 및 기업 구조조정 관련 요구를 종전보다 줄이겠다는 의사 표시로 해석된다.

하지만 국제금융계 일각에서는 “최대 지분을 갖고 있는 미국이 주요 문제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배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IMF의 약속은 공약(空約)에 그칠 우려가 크다”고 보고 있다.

이철용기자 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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