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라크의 속셈은

  • 입력 2002년 9월 17일 18시 33분


도널드 럼즈펠드 미국 국방장관이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사용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은 큰 실수가 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 워싱턴AP연합
도널드 럼즈펠드 미국 국방장관이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사용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은 큰 실수가 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 워싱턴AP연합
미국의 대이라크 공격계획을 놓고 유엔을 무대로 벌여 온 미국과 이라크의 공방전이 새 국면에 접어들었다.

이라크는 지난주까지 ‘유엔 제재를 해제하고 우리를 공격하지 않는다고 약속하면 유엔무기사찰단을 받아들이겠다’는 조건을 내걸었지만 17일 전격적으로 ‘사찰단 무조건 수용’ 의사를 밝혔다.

이 같은 태도 변화는 △유엔의 중재까지 뿌리치다가 유엔으로부터 더 강한 사찰 압력을 받을 수 있는 데다가 △그동안 공격에 반대해 온 사우디아라비아가 ‘유엔이 이라크 공격을 지지할 경우 미국에 군사기지를 제공할 수 있다’고 발표함으로써 아랍권의 지지에 균열이 갔기 때문에 일단 시간을 벌기 위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외교관들은 이라크의 ‘사찰단 무조건 수용’이 미국의 군사행동을 지연시킬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17일 전했다.

1999년 유엔 결의에 따르면 사찰단은 현장에서 활동을 시작한 지 60일 이내에 구체적인 사찰계획서를 안전보장이사회에 제출해야 하며 이로부터 2개월 내에 이라크가 금지된 무기를 개발하는지에 대한 잠정 결론을 보고하게 돼 있다. 따라서 이라크로서는 적어도 이만큼의 시간을 번 셈이다.

미국은 당초 이라크에 ‘몇 주 정도’의 시한을 제시한 후 이라크가 이를 거부하면 유엔의 이름으로 공격에 들어감으로써 군사행동의 ‘백지수표’를 확보하려고 했으나 일단 전략에 차질을 빚게 됐다.

미국의 목표는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정권을 전복시키는 데 있다. 후세인 정권하에서는 유엔무기사찰단을 아무리 들여보내도 대량살상무기를 해체하기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떤 형태로든 군사행동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미국의 생각이다. 다만 국제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으므로 유엔의 이름을 빌릴 수 있으면 빌리겠다는 것.

미국이 이라크의 ‘사찰단 전면 수용’에 대해 “회피 전술”이라고 일축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찰단 문제’는 18일 열리는 유엔안보리로 넘어가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미국의 대응이 주목된다.

유엔본부〓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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