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기업 “인재大國 중국으로”

  • 입력 2002년 8월 29일 17시 59분


《중국의 막강 ‘브레인 파워(Brain Power)’가 세계 기업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근대화 초입에서의 치명적 공백이었던 문화혁명(1966∼76년)의 후유증을 극복하고 적극적인 고급인력 육성 정책으로 전환한 지 30여 년 만에 마침내 그 결실이 나타나고 있는 것. 미국의 경제 격주간지 포브스 최신호(9월2일자)는 “출중한 기술과 능력을 갖췄지만 임금은 저렴한 중국 현지의 고급 인력들이 세계 유수의 외국 기업들을 유혹하고 있다”며 “그 흡인력은 고학력의 전문 인력을 값싸게 고용할 수 있는데서 오는 경비절감에 대한 매력”이라고 보도했다.》

학사 학위 이상의 중국내 고급 인력의 임금 수준은 미국 홍콩 대만 등지의 10∼50% 수준.

이 같은 유리한 조건에 착안해 10여 년 전 중국시장에 진출했던 통신회사 모토로라는 이미 1060명의 중국인 엔지니어 및 연구원을 현지 고용했다. 모토로라는 2006년까지 이 수를 5000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이에 자극받은 인텔, 소니, 마이크로소프트도 뒤늦게 현지인 고용에 주력하고 있다.

홍콩 대만 등 아시아 기업들도 적극적이다. 89년 중국에 진출한 의류업체인 홍콩의 찬고 인터내셔널 그룹은 최근 중국 현지 디자이너 20명을 월 220달러씩에 채용했다. 이 같은 임금 수준은 홍콩 디자이너 한 사람의 평균 월급 1285달러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중국에 진출해 있는 홍콩의 의료 관련 부품사인 바이탈 바이오테크사도 40명의 중국 박사학위 출신 연구원들을 홍콩의 단순 노동자들의 임금 수준인 월 970달러에 고용했다.

외국계 회사들이 뒤늦게 현지인 채용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은 종래에는 중국에서 고급 인력 자체를 찾기 힘들었기 때문. 1978년의 경우 석사학위를 가진 사람은 중국 전역에서 9명에 불과했다. 고급 전문인력들을 숙청대상으로 삼았던 문화혁명 때문이었다.

중국 당국이 학업능력 위주의 입시제도를 부활한 것은 1978년부터. 국제적 수준의 고급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대학의 교과과정도 재정비됐다.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전무하다시피 했던 컴퓨터공학과정이 이제는 중국의 거의 모든 대학의 교과과정에 포함됐을 뿐만 아니라, 전공을 불문하고 영어와 경제에 대한 기본 소양이 없으면 졸업이 불가능하다. 대만의 컴퓨터 칩 디자인업체인 알리 코프의 챈우 사장은 “중국 현지 고급 인력들의 수준은 대만에서 교육받은 이들과 동등할 뿐만 아니라 그 수도 많아 노동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최근 미 보스턴대의 한 조사는 향후 20년 안에 중국의 대학원 재학생 수가 40만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금 세계 1위인 미국의 대학원생수와 맞먹는 규모.

포브스는 “중국시장에 진출하는 외국기업들이 늘어남에 따라 앞으로 고급 인력을 놓고 기업간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면서 “능력 있는 중국 현지의 고급 인력을 어떻게 하면 지속적으로 유치할 것인가가 중국 진출 기업들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정안기자 cred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