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는 열대도시”…열섬현상극심, 100년간 평균 3℃ 상승

  • 입력 2002년 8월 27일 18시 06분


도쿄(東京)를 비롯한 일본 주요 대도시들이 ‘열섬현상’으로 뜨겁게 달아오르면서 생태계까지 위협받고 있다. 급속한 도시화로 인해 지난 100년간 평균기온이 섭씨 3도가량 급상승하는가 하면 최저기온이 섭씨 25도를 넘는 열대야가 30일 이상 계속되는 등 열대기후를 방불케 하고 있다.

‘열섬현상’이란 도심부의 기온이 교외보다 높아져 섬 모양으로 달아오르는 현상. 일본 기상청의 ‘1901∼2000년 전국 주요도시 기온조사’에 따르면 도쿄의 연평균 기온은 섭씨 3.0도나 높아져 전형적인 열섬현상을 나타내고 있다.

교토(京都) 후쿠오카(福岡) 나고야(名古屋) 등 나머지 대도시도 2.3∼2.6도씩 높아져 대도시 평균 기온이 2.5도 상승했다. 반면 중소도시의 경우에는 1.0도 상승에 그쳤다. 또 열대야도 최근 70년간 지역별로 21∼32일이나 늘어났다.


이 같은 현상은 올 여름에도 더욱 심화돼 도쿄는 지난달 평균기온이 예년보다 2.6도 높은 28도로 높아졌으며 올 들어 낮 최고 기온이 30도를 넘는 날이 44일이나 됐다.

이에 대해 영국 BBC방송은 26일 인터넷판을 통해 “도쿄의 여름기온은 동남아 열대도시들보다 높은 수준이며 지구온난화 평균 진행속도보다 4배나 빠르게 진전되고 있다”며 “이는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급속도로 도시화됐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도심에서는 지표면이 아스팔트 포장이나 콘크리트 건축물로 덮이면서 녹지나 수면이 감소한 결과 열을 방출할 수 없게 됐다. 여기에 에어컨이나 자동차 컴퓨터 등에서 방출되는 배열도 열섬현상의 중요한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열섬현상이 심각해지면서 동식물의 생태계가 크게 위협받고 있다. 도쿄에서는 밤늦게까지 매미가 울고 있는 것은 흔한 일. 도쿄 메구로(目黑)에 있는 도쿄공업대 캠퍼스에서는 인도남부나 스리랑카 등 열대지방에서 볼 수 있는 열대 잉꼬 700∼800마리가 집단 서식하고 있다.

또 인근 국립과학박물관 부속 자연교육원에는 아열대식물인 종려나무가 1949년 두 그루에서 659그루까지 늘어나는 등 빠른 속도로 번식하고 있다. 이 교육원의 하기와라 신스케(萩原信介) 주임연구원(식물생태학)은 “도심 기온이 상승하면서 겨울에도 땅 표면이 얼지 않게 된 것이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이 밖에도 새로운 종류의 모기 등 병충해가 나타날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도쿄시당국 등은 열섬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도심 건물 옥상에 정원을 설치하는 한편 도로를 단열재로 재포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뜨거운 도심을 식히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도쿄〓이영이특파원 yes20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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