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강한 달러 7년' 막내리나

  • 입력 2002년 5월 23일 18시 14분


‘강한 달러 시대는 끝나는가.’

미국 달러화의 가치가 3월부터 계속 떨어지자 클린턴 행정부 시절부터 7년을 이어온 강한 달러 시대가 막을 내렸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먼델 등 일부전문가들은 미국 경제의 기초여건(펀더멘털)을 고려할 때 “달러화 약세시대는 이미 왔어야 했다”며 급락세 가능성까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3차 약세 기조에 돌입했나〓달러화는 1995년 달러당 80엔대까지 가치가 떨어졌다가 이후 강세로 돌아섰다. 클린턴 행정부 시절 로버트 루빈 재무장관은 “강한 달러가 미국의 국익에 부합한다”며 달러 강세를 부추겼고 경제학 교과서를 다시 쓰게 만든 장기호황에 힘입어 올해 초까지 달러당 130엔대를 유지했다.

약세론자들은 그러나 이 기간중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가 국내총생산(GDP)대비 4%대까지 치솟는 등 문제를 키웠다고 주장한다. 경상수지 부문의 적자를 미국 주식 및 채권시장에 몰려드는 외국인 투자자금이 메우는 바람에 달러화 가치가 조정되지 못했다는 것.

최근 미 통상당국의 철강수입에 대한 세이프가드 조치는 일부 분석가들에게 ‘강한 달러 정책’의 포기선언으로 받아들여졌다. 통상분쟁마저 마다하지 않는 현재의 미국 행정부가 제조업에 불리한 강한 달러 노선을 유지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올해 10월 미 의회 중간선거를 앞두고 제조업계는 ‘약한 달러’를 더욱 요구할 것이다.

독일의 도이체방크는 최근 “경험적으로 달러화가 적정수준보다 20% 정도 고평가됐을 때 장기적인 추세변화가 시작됐다”며 “약세기조가 본격 시작됐다”고 평가했다.

▽급격한 약세는 어렵다〓국내 전문가들은 달러화 약세 전환을 인정하면서도 ‘소프트랜딩(연착륙)’쪽에 무게를 둔다. 일본 경제의 예상외 선전과 미국 경제의 기대에 못 미친 회복세가 최근 급격한 달러화 약세를 부추겼을 뿐 경제의 생산성과 역동성은 아직 미국이 세계 최고라는 이유.

이응백 한국은행 외환시장팀장은 “달러화의 급격한 약세는 세계 어느 국가도 바라지 않는다”며 “점진적인 약세로 갈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내다봤다.

최종구 재정경제부 외화자금과장도 “달러 약세는 미국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해외로 내쫓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미국이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장기적으로 약세로 가더라도 미 일 경제의 경기순환에 따라 달러화는 부침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래정기자 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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