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어려울때 정치 힘안돼”…WSJ紙 ‘엔론사태 교훈’

  • 입력 2002년 1월 16일 18시 10분


미국의 에너지기업인 엔론이 몰고 온 정경유착의 폭풍은 기업과 돈, 정치와의 관계에 대한 6가지의 중요한 교훈을 남겼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15일 보도했다.

첫째, ‘정경유착’이 곤경에 처한 기업을 살리지 못한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당선에 엔론 만큼 기여한 기업은 없다.

엔론과 케네스 레이 회장은 부시 후보에게 62만3000달러를 기부했고 대통령 취임식 경비로 20만달러를 모아줬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는 엔론의 지원 요청을 전혀 들어줄 수 없었다. 둘째, 유형(有形) 자산이 없는 신경제 기업모델은 환상이다. 엔론은 에너지업계를 장악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공장이나 파이프라인과 같은 물리적 자산이 아니라 ‘정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막상 엔론의 재정위기가 닥쳤을 때 에너지 공급 계약과 같은 ‘소프트한’ 자산은 현금을 동원하는 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셋째, 회계법인의 개혁 없이는 기업의 투명성을 확보할 수 없다.

엔론의 회계감사를 맡았던 아서 앤더슨은 기업이 숨겨놓은 부채로 쓰러질 때까지 부실을 눈감아 줬다. 앤더슨은 엔론에 대해 외부회계감사인의 역할과 함께 경영자문 서비스를 하는 바람에 공정한 회계감사를 할 수 없었다. 넷째, 신용은 중요한 자산이지만 한 순간에 사라질 수 있다.

엔론의 거래활동은 상당 부분이 신용거래였다. 투자자와 거래 파트너들이 엔론에 자금을 제공한 것은 이 회사의 건전성에 대한 믿음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엔론의 재정문제가 표면화되자 회사의 신뢰도는 곧 금이 갔고 자금 조달은 어려워졌다. 이 밖에 저널은 종업원들에게 자사주를 매입케 하는 것은 이들을 빈털터리로 만들 위험이 있으며 투자은행과 상업은행간에 경계를 두어야 한다는 교훈을 남겼다고 전했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

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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