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美, 北 미사일위협 부풀렸다"

  • 입력 2002년 1월 15일 19시 09분


미국이 98년 북한과 이란 등 이른바 불량국가(rogue state)의 탄도미사일 위협을 새로 강조한 배경에는 정치적 요인이 작용했다고 미 워싱턴포스트가 14일 보도했다. 포스트는 불량국가들의 위협이 재정의되는 과정에서 미 공화당 의원들이 위협을 과대포장한 측면이 있고 이같이 재정의된 위협론이 미사일방어(MD) 구상으로 이어졌음을 시사했다. 다음은 내용 요약.

▽위협이 과장되는 과정〓미 중앙정보국(CIA)은 95년까지만 해도 러시아와 중국 이외에는 2010년 이전 탄도미사일로 미국을 위협할 수 있는 잠재적 적국은 없다고 분석했다.

그러다 98년들어 CIA분석가들은 북한이 언제든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실험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란도 향후 수년 내 유사한 미사일을 실험할 수 있다고 과거와는 다르게 말하기 시작했다.

이 같은 변화는 부분적으로는 북한과 이란의 미사일 실험과 러시아 과학자들의 기술유출 등 일련의 사태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공화당 주도의 미 의회와 이스라엘 보수강경파들의 합작품인 증거들도 있다. 96년 당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자국이 조만간 이란의 미사일 공격 목표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믿었고, 미 공화당은 MD에 대한 지지가 필요했다.

미 의회의 요구에 따라 로버트 게이트 CIA국장은 96년 의회보고 때 불량국가의 미사일 위협 가능성을 제기했고 이어 의회는 도널드 럼즈펠드 현 국방장관이 이끄는 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그 결과 98년 7월 북한 등의 미사일 위협을 부각시킨 럼즈펠드 보고서가 나왔다. 북한은 다음달인 8월 대포동 미사일을 발사, 미사일 위협론 확산에 일조했다. 이어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이 보고서는 국방정책 가이드라인으로서 권위를 갖게 됐고 이것은 곧바로 MD구상으로 발전했다.

▽위협에 대한 비판적 시각〓럼즈펠드 보고서는 아주 논쟁적이어서 행정부 내에서도 이견이 있었다. 특히 이 보고서에서 불량국가들에 의해 미 본토 공격이 가능한 미사일이 개발되는 시기가 ‘5년 이내’로 규정된 것은 록히드 마틴이나 보잉 등 군수회사의 추정에 따른 것이다.

위협에 회의적인 사람들은 럼즈펠드 보고서가 이란이나 북한의 정보수집, 기술개발 능력을 과대포장했다고 주장한다.

특히 회의론자들은 북한의 미사일이 미국에 실질적인 위협이 되기 위해서는 북한이 △군사적으로 의미있는 탄두를 날려보낼 정도의 로켓을 개발해야 하고 △대기권 재진입시 연소되지 않는 탄두개발 △미사일과 생화학 탄두를 결합시키는 등 기술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달에 개정된 미사일 위협 평가보고서는 처음으로 불량국가의 위협론에 회의적인 미 국무부 정보담당부서의 의견이 처음으로 포함됐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 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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