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版 FBI연내 창설 추진

  • 입력 2002년 1월 3일 15시 36분


일본 경찰청이 하이테크 범죄나 국제 테러사건등 특정 범죄에 한해 현지 경찰의 지휘를 받지 않고 국내 및 해외에서 직접 수사할 수 있는 국가직속의 수사기관을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3일 산케이신문이 보도했다. ‘일본판 FBI(미연방수사국)’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일본의 경찰 조직은 국회의원이 위원장을 맡는 국가공안위원회 밑에 경찰청이 있고 그 밑에 47개 도도부현별 공안위원회와 경찰본부가 설치돼 있다. 일본에서는 1955년 신경찰법 시행이후 사실상 각 도도부현 경찰본부가 거의 독립적으로 수사권을 행사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방경찰간의 ‘관할다툼’이 심해 공조수사 가 잘 안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경찰청은 단순한 행정기관이어서 관할권이 없는데다 직접 수사에 나설 수 있는 인력도 없다. 또 한국의 국가정보원과 같은 정보기관도 없기 때문에 비밀, 광역수사는 취약하다.

일본판 FBI 는 이런 문제점을 타개하기 위한 대안인 셈. 다만 수사 범위는 하이테크 범죄나 국제 테러사건, 자금세탁, 마약밀매, 외국인 범죄등 국경없이 벌어지는 ‘글로벌 범죄’에 국한한다는 구상이다.

새로운 수사기구가 발족하면 일본의 경찰은 신경찰법 시행이전에 국가(경찰청)와 지방(경찰본부)이 동시에 수사권을 갖던 시대로 돌아가게 된다. 경찰청은 이에 대해 “과거로 회귀하는 것이 아니고 새로운 형태의 범죄에 대응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라고 주장한다.

경찰청은 올 여름 경찰청법 개정안을 만들어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그러나 국가가 범죄수사에 권한을 갖는 것은 지자체의 권한을 강화하겠다는 정부방침에 어긋난다며 벌써부터 지방경찰의 권한축소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도쿄=심규선특파원 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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