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안전보장기본법’ 제정추진

  • 입력 2002년 1월 2일 14시 23분


일본 정부는 일본이 직접 무력 공격을 받거나 대규모 테러 및 재해에 대처하기 위해 총리의 권한을 강화하고 개인의 권리를 제한할 수 있는 ‘안전보장기본법(가칭)’ 을 제정키로 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1일 보도했다.

이 법은 긴급사태에 대한 규정이 없는 현행 헌법을 보완하고 자위대를 신속하게 활용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총리가 21일 열리는 정기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제정방침을 표명할 예정이다.

안전보장기본법은 지금까지 일본이 직접 무력공격을 받았을 때를 대비해 제정을 검토해온 ‘유사법제’ 를 포함하고 대규모 테러와 재해까지를 상정한 ‘전시비상사태법’ 의 성격을 띠고 있다. 유사법제를 확대한 신법을 만들려는 것은 지난해 9·11 미국 테러와 괴선박침투 사건의 영향 때문이다.

고이즈미 총리는 지난해말 이미 자민당에 ‘유사법제’ 의 제정을 지시한 적이 있고 연립여당인 공명, 보수당도 반대하지 않을 방침이어서 올해 내에 이 법이 제정될 가능성이 크다.

일본 정부는 안전보장기본법에 △총리가 안전보장회의를 통해 각 각료를 통괄함으로써 정부가 일체화돼 위기와 비상 사태에 대응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하고 △국민의 의무 및 권리제한과 헌법의 기본적 인권과의 관계를 규정하며 △국민의 피난과 사적 재산의 손실 보전, 전쟁 포로 취급 등에 관한 규정을 포함시킬 방침이다.

총리의 권한을 강화하려는 것은 비상시 자위대와 경찰, 해상보안청 등 치안유지기관을 총리가 통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이 법에는 자위대뿐만 아니라 미국-일본안보협정에 근거해 자위대와 공동행동을 취하는 미군에게도 자위대와 같은 권한을 부여하거나 편의를 제공하는 내용도 들어간다.

일본 정부는 이 법과는 별도로 괴선박이나 국적불명의 비행기가 일본의 영해나 영공을 침범했을 경우 자위대의 출동요건을 완화하는 ‘영역경비법’ 과 테러활동에 쓰이는 자금을 동결할 수 있는 ‘자금세탁방지법’ 등의 제정도 검토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미 80년대 초반에 ‘유사법제’ 에 대한 검토를 끝냈으나 ‘전시동원법’ 이라는 야당의 반발 때문에 제정을 미뤄왔다.

<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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