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언론 공자금 왜곡보도로 망신

  • 입력 2001년 12월 6일 16시 00분


공적자금 특감결과에 관한 일부 언론의 보도가 국가 이미지를 떨어뜨리고 기업의 구조조정에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 AP 통신은 지난달 29일 서울발 기사를 통해 “한국내 4976명의 은행 직원들과 부실기업주들이 6조5000억원의 공적자금을 자기 주머니에 챙겼으며 이 자금은 채권이나 부동산 등에 투자됐다” 고 보도했다. 이 기사는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 등 유력지에 그대로 인용돼 한국은 천문학적인 세금을 빼돌리는 후진국형 범죄가 여전히 판치는 나라로 외국인에게 각인됐다.

그러나 감사원 특감결과는 공자금 투입을 초래한 부실기업주와 금융기관 임직원들이 7조원대 재산을 보유 은닉했다는 것을 밝혔을 뿐 같은 액수의 공적자금을 빼돌렸다는 얘기가 아니었다. 국내 일부언론이 1면 머릿기사 등으로 ‘7조원 빼돌려’ 라고 기사화한 것을 외국 언론이 그대로 인용한 것으로 보인다.

‘공적자금 손실이 139조에 달한다’ 는 일부 언론의 보도도 여론을 호도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139조원을 산출한 분석의 정확도도 문제지만 그 손실을 마치 정부가 국민에게 일방적으로 떠안겼다는 식의 뉘앙스가 더 심각하다.

공적자금은 주로 재벌들이 대출금을 갚지못해 쌓인 금융기관의 부실을 털어내는 데 쓰였다. 따라서 공자금의 투입은 시장의 안정을 위해 부실기업과 그 협력업체 임직원들이 만들어낸 부실을 이들과 직간접적으로 관련을 맺은 국민이 고통을 나눠 정리하는 과정이다. 공자금 조성에 국회 동의가 필요한 것도 이 때문.

따라서 공자금의 관리소홀과 도덕적 해이를 언론이 통렬하게 질타할 수는 있지만 ‘정부가 1가구당 얼마씩의 빚을 안겨줬다’ 는 식의 보도는 실상을 왜곡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 보도 이후 금융감독위원회나 재경부 예금보험공사 등은 극도의 상실감에 휩싸여 있다. 워크아웃 기업들의 구조조정을 주도해야 할 은행들도 행여 헐값 시비가 일까봐 자산매각을 망설이는 등 왜곡보도의 후유증이 깊어지고 있다.

<박래정기자>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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