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부동맹 지원받는 아프간 前대통령 랍바니 귀국 파장

  • 입력 2001년 11월 18일 18시 45분


《북부동맹의 지원을 받고 있으며 아프가니스탄의 합법적인 국가수반임을 자처하는 부르하누딘 랍바니(61) 전 대통령이 17일 돌연 귀국해 아프간 내부 정파들은 물론 미국 러시아 중국 등 주변국들 사이에서도 미묘한 파장이 일고 있다.》

미국은 18일 "북부동맹만의 권력 장악은 안된다"고 거듭 경고했으나 러시아는 "북부동맹이 아프간의 합법정부"라고 편들고 나섰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미-러의 영향력 확대를 우려하는 중국의 장쩌민(姜澤民)국가주석도 16일밤 파키스탄의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과 긴급 전화회담을 갖고 북부동맹의 독주에 우려를 표시했다.

미국과 유엔은 로마에 망명중인 자히르 전 국왕을 중심으로 모든 정파가 참여하는 거국정부안을 밀고 있다.

랍바니 전 대통령은 17일 카불에 도착한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가능한 한 빠른 시일안에 거국정부를 구성하겠다"며 "자신과 북부동맹은 부족대표자회의의 결정을 존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자히르 전 국왕의 귀국에 대해서는 "돌아오는 것은 환영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개인 자격이어야 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랍바니는 또 "정부 각 부처의 관할권이 96년 탈레반 전복 이전의 각료들에게 환원될 것"이라고 밝혔다.

외신들은 랍바니와 그의 추종세력이 향후 거국정부 구성을 위한 협상과정에서 유리한 입지를 구축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라고 분석했다. MSNBC는 랍바니가 이미 북부동맹내 여러 정파 지도자들과 정부의 주요 포스트를 놓고 협상 중인 것같다고 전했다.

이런 상황 탓인지 북부동맹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유누스 카누니 북부동맹 외무장관은 18일 AFP통신과의 회견에서 "우리는 더 이상 외국군을 바라지 않으며 외국군이 필요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카불 인근 바그람에 주둔중인 영국군에게 북부동맹이 철수를 요구했다는 얘기도 있다. 모하마드 콰심 파힘 북부동맹 국방장관은 "영국군 특수부대 100여명이 북부동맹과 협의없이 15일 바그람에 도착했다"며 "영국군이 유엔과 합의했겠지만 우리와는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윤양섭기자>lailai@donga.com

▼랍바니는 누구▼

랍바니는 96년 탈레반에 의해 축출될 때까지 대통령이었으며 지금도 유엔이 인정하는 아프간 정부 수반이다. 아프간 내 소수파인 타지크족 출신인 그는 동부의 파이자바드에서 태어나 카불에서 교육을 받았으며 카이로의 알 아즈하 대학 재학시 온건파 이슬람 및 반공 학생운동을 이끌었다. 71년에는 이슬람 사회당인 ‘자미아트 이 이슬라미’의 당수직에 올랐고 73년 당시 다우드 정권에 대항해 쿠데타를 일으켰으나 실패해 파키스탄으로 망명했다.

그는 망명중에도 구 소련이 79년 아프간을 침공하자 아메드 샤 마수드 장군(최근 피살)과 함께 성전(聖戰)을 벌이는 등 투쟁의 선봉에 섰었다. 그는 89년 소련군이 철수하고 이어 92년 친소 정권마저 붕괴하자 귀국해 대통령에 취임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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