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다하르 함락이후 아프간 어디로…]

  • 입력 2001년 11월 15일 01시 31분


아프가니스탄이 사실상 북부동맹을 주축으로 한 반(反)탈레반세력의 수중에 들어감으로써 아프간 사태는 전혀 새로운 상황을 맞게 됐다. 먼저 탈레반은 실지(失地)회복을 위해 남부산악지대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게릴라전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프간을 접수한 북부동맹은 그동안 잠복돼 있던 종족간의 갈등과 반목이 재연되면서 분쟁이 격화돼 ‘내부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부족간 “이젠 내부전쟁”▼

북부동맹을 주축으로 한 반탈레반 무장세력이 사실상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가운데 아프간 종족간 분쟁이 격화돼 ‘전쟁속의 전쟁’으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아프간은 아프간 내 최대 종족인 파슈툰족과 다른 소수민족간의 갈등으로 16세기 이후 여러 차례 분쟁을 겪었다.

이번 대(對)테러전쟁도 탈레반정권의 주요 기반인 파슈툰족과 북부동맹을 이루고 있는 우즈베크족과 타지크족 등 소수 민족간의 분쟁이 한 축을 이루고 있다.

특히 북부동맹의 최근 거듭된 군사적 약진은 파슈툰족의 단결을 부추겨 종족간 분쟁을 더욱 격화시킬 수 있다고 시사 주간지 타임 최근호는 분석했다.

파키스탄 거주 파슈툰족 1만1300여명이 탈레반군을 돕기 위해 아프간으로 들어간 것이나 북부동맹이 마자르 이 샤리프 등 주요 도시를 탈환한 뒤 파슈툰족을 상대로 보복조치를 취한 것도 이 같은 가능성을 반영한다는 것.

이와 함께 미국과 파키스탄 등은 여러 종족으로 구성돼 결속력이 낮은 북부동맹이 향후 정부 구성 과정에서 주도권 다툼을 벌이다 유혈분쟁으로까지 치달을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하고 있다.

남부지역에서의 파슈툰족 내 내분 양상도 심해지고 있다. 특히 탈레반 지도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파슈툰족 내의 길자이 부족에 맞서 모하메드 자히르 샤 전 국왕을 지지하는 두라니 부족이 언제든지 돌아설 수 있다는 게 미국측 분석이다. 실제로 12일 탈레반군의 최후 보루인 칸다하르 외곽 공항을 점령한 세력도 두라니 부족 출신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이 같은 종족간 분쟁 조짐은 사실 미국의 ‘공작’에 기인한 측면도 크다. 미국은 이미 중앙정보국(CIA) 등을 이용해 파슈툰족의 탈레반 지원을 차단하고 두라니 부족을 중심으로 반 탈레반 세력의 규합을 시도해 왔기 때문이다.

▼탈레반 “이젠 게릴라전”▼

그동안 이렇다할 군사적 저항없이 퇴각한 탈레반은 앞으로 게릴라전을 통해 실지회복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당초 탈레반이 순순히 영토를 내준 데에는 최첨단 무기와 막강한 화력를 앞세운 미국과 지상 정규전을 벌여봐야 병력손실만 가져올 뿐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전략적 계산이 깔려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민심 이반도 고려됐다. 개전 초기와는 달리 탈레반군이 마자르 이 샤리프에 이어 카불마저 내주자 탈레반의 최후 거점인 남부 칸다하르 주민들마저 탈레반에 등을 돌렸다. 카불이 함락된 13일 탈레반의 부족기반인 파슈툰족 가운데 탈레반에 반대해온 부족지도자들이 군병력을 규합해 곧바로 칸다하르 인근 공항을 점령할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 탈레반 병력 대부분은 칸다하르를 중심으로 한 남부 산악지역으로 집결, 게릴라전에 대비하고 있다.

아프간 남부는 해발고도 1500∼4000m에 이르는 험준한 산악지역. 특히 동굴 등 은신처가 많아 게릴라전을 벌이기엔 안성맞춤이다. 또 탈레반 병력은 대부분 구소련의 아프간 침공시절부터 게릴라전을 벌여온 백전노장의 병사들이다. 79년 개전과 함께 일사천리로 아프간을 점령한 구소련이 전사자 1만3000여명이라는 큰 피해를 보고 10년 만에 결국 퇴각한 것도 바로 무자헤딘의 게릴라전 때문이었다.

게다가 이제는 미국의 최첨단 무기도 큰 효과를 발휘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게릴라들의 은신처인 아프간의 동굴은 보통 길이가 수백m인 데다 미로처럼 얽혀 있어 게릴라들을 찾아내기도 쉽지 않고 동굴을 파괴하는 것은 더더욱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으로 전쟁은 미국의 게릴라 소탕작업과 탈레반의 ‘치고 빠지기’ 공방이 끊임없이 계속되는 소모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종대·선대인기자>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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