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뉴라운드 타결안팎]“결렬땐 손해” 막판 급반전

  • 입력 2001년 11월 14일 23시 32분


“대부분의 쟁점이 타결됐고 남은 문제는 극히 미미하다. 대세는 타결쪽으로 기울었다.”

현지시간으로 14일 오후 3시(한국시간 오후 9시). 카타르 도하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에 참석하고 있는 한국정부의 고위당국자가 회의장 밖에서 초조하게 회의진행 상황을 기다리던 한국기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이같이 전했다. 회의를 하루 늦춰가면서까지 막판진통을 겪던 뉴라운드 출범을 위한 WTO 회원국간 협상이 사실상 끝났음을 의미하는 말이었다.

환경과 농산물 분야에서 견해가 팽팽히 맞서 타협점을 찾지 못해 한때 결렬 가능성까지 점쳐졌던 이번 회의는 유럽연합(EU)이 이날 밤 4차로 마련된 각료 선언문 초안에 긍정적 견해를 보이기 시작하면서 극적인 반전을 보였다. 외교통상부 민동석 뉴라운드 심의관은 “각국이 다자협상으로 잃는 것보다 다자협상이 실패했을 때 받을 충격이 더 엄청나기 때문에 막판 조율이 가능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당초 9일 카타르 도하에서 회의가 시작될 때만 해도 전문가들은 뉴라운드가 순조롭게 출범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만큼 세계 경제 침체가 심각했던 것이다. 또한 WTO가 그동안 수차례의 비공식 각료회의와 일반이사회를 개최하면서 선진국과 개도국간의 견해 차이를 줄이고 균형을 맞추었기 때문에 낙관론이 우세했다.

그러나 역시 외교 통상 무대는 냉혹하고 치열한 전장이었다. WTO 사무국은 농산물의 시장접근과 국내보조금 문제를 규정한 ‘실질적(substantial)’이란 표현과 ‘수출보조금의 단계적 폐지’라는 문구가 농산물 수입국과 수출국의 이해를 절묘하게 균형 잡은 문안이라 자부했었다. 그러나 EU, 특히 농업 수출이 많은 프랑스는 ‘단계적 폐지’를 절대 수용할 수 없다며 뉴라운드 출범을 무산시킬 수도 있다는 결연한 자세를 보였다. 환경 분야 역시 뉴라운드 출범과 동시에 당장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인도 파키스탄 말레이시아 등 강경 개도국들 역시 환경분야에 대한 협상에 절대 응할 수 없다며 팽팽히 맞섰다.

14일 오전 막후협상에서도 국제협상력이 뛰어난 프랑스가 “수정 초안을 받아들이지 못하겠다”고 하자 다른 EU 회원국들이 이에 동조하기 시작했다. 프랑스의 프랑수아 유아르 무역장관은 “농산물 수출보조금 폐지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협상을 결렬시키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프랑스 외부무 대변인은 파리에서 “이번 각료회의는 환경 농산물 등 모든 분야에서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지원사격을 했다

회원국들은 13일 밤을 꼬박 새워 협상하고 14일 오후까지도 주요 이해당사자국들이 막후 절충을 시도했으나 합의점에 도달하지 못했다. 도하의 각료회의장 셰러턴호텔에서는 2년 전 시애틀의 실패를 되풀이하는 게 아니냐는 비관적 전망이 무성해지기 시작했다.

여기에 개도국들마저 WTO협정 이행문제에 대해 불만을 터뜨리고 나왔다. 특히 관심사항인 섬유 부문에서 미국 등 선진국이 수용하는 시늉만 하고 이행 일정표를 늦춰 실질적인 도움이 안 된다고 주장해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아프리카 최빈국들은 경제개발에 대한 지원 약속이 적은데다 회의가 선진국 주도로 이뤄져 투명성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 뉴라운드 출범에 반발했다.

그러나 결국 각국 대표단들은 비행기 출발 날짜를 연기하면서 매달려 합의를 이뤄냈다.

<신연수기자·도하(카타르)〓김상철기자>sckim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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