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WTO 날개달다-(중)]미국-유럽-일본 '3강 체제' 흔들린다

  • 입력 2001년 11월 11일 19시 15분


중국이 세계무역기구의 공식회원국이 된 11일 베이징 거리.
중국이 세계무역기구의 공식회원국이 된 11일 베이징 거리.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함에 따라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등 3대 축을 중심으로 짜여졌던 세계 경제권의 판도는 지각 변동이 불가피해졌다. 우선 13억 인구의 거대 시장을 보유한 중국이 국제무역 체제에 정식 편입되면서 세계 경제는 ‘규모의 경제’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의 경기 침체와 테러 보복전 등으로 인해 장기 불황의 공포에 시달려온 세계 경제가 ‘난국 돌파’의 실마리를 잡았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시장 개방의 폭과 속도를 놓고 좀더 많은 것을 원하는 미국 EU 등과 여기에 반대하는 중국 사이에 의견 대립이 심화되면 전 세계가 무역 분쟁에 휘말릴 수 있다는 걱정도 나온다.》

▽세계교역 ‘규모의 경제’ 효과 기대〓“포커 판에 밑천이 넉넉한 새로운 참가자가 가세했다. 그는 어수룩해 보이지만 규칙에 익숙해지면 기존 멤버들을 압도할 만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 어쨌든 게임이 활기를 되찾을 것이고 두뇌싸움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中 WTO 날개달다▼
- ‘13억 시장’ 세계속으로
-
미국-유럽-일본 ‘3강체제’ 흔들린다
- '메이드 인 차이나' 코리아 추월

한국경제연구원 박승록 연구위원은 11일 이런 비유를 내놓으면서 “이제 각국은 세계 시장에서 돈을 벌 가능성이 높아진 것만큼 밑천을 잃을 위험성도 똑같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중국 시장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해지는 것은 물론 각국이 중국 제품의 저가 공세에 맞서 기존 시장을 지키는 데 비상이 걸린다는 것.

중국은 WTO 가입을 계기로 관세 및 비관세 장벽을 WTO 회원국의 평균 수준으로 낮추는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제조업의 평균 관세율은 99년 16.8%에서 2005년 10.1%로 낮아질 전망. 수입허가제와 쿼터제, 자국부품 의무사용제 등 각종 비관세 장벽을 통한 수입제한책도 완화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에 따르면 중국의 관세 인하는 일본 29억달러, 서유럽 28억달러, 한국 16억달러 등의 경제적 이득을 안겨줄 것으로 전망된다.

‘값싸고 품질 좋은’ 중국 제품이 세계 시장에 본격 진출하면 기업들의 경쟁을 촉발해 생산성과 효율성을 증진시키고 이 과정에서 세계 경제가 또 한번 도약하는 계기를 맞을 것이라는 낙관론도 나오고 있다. 수파차이 파니치팍디 차기 WTO 사무총장은 중국의 가입이 세계 무역체제에 훌륭한 자극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중국이라는 막강한 적수가 등장함에 따라 주요국 시장을 확보하려는 경쟁은 격화될 수밖에 없다. 미국 국제경제연구소는 미국의 대(對) 중국 수출이 2005년까지 상품과 서비스 등을 합해 연간 31억달러 증가하고 한국 등 동아시아 국가와의 무역수지가 개선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결과적으로 한국 등 개도국의 선진국 교역 여건은 빡빡해질 공산이 크다.

▽미국 일변도에서 다극화 체제로 전환〓지금까지 세계 경제는 맹주(盟主)인 미국 경기의 움직임에 따라 출렁대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이 휘청댈 경우 충격을 흡수할 만한 완충장치가 없었기 때문. 일본은 10년 이상의 장기침체에 빠져 바깥 사정에 신경을 쓸 여력이 없고 유럽도 세계 경제 전체를 떠맡는데는 한계가 있었다.

중국은 2000년 기준으로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세계 6위이고 교역 부문에서도 7, 8위권을 유지하는 경제대국. 최근 5년간 연평균 8.9%의 고속 성장을 했지만 세계 무역질서에 편입되지 않은 탓에 경제력만큼의 대접을 받지 못했다.

중국이 WTO에 개도국 지위로 가입한 점도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 LG경제연구원 서봉교 연구원은 “중국이 개도국의 ‘대변자’로 떠오르면서 미국 주도의 단극형 경제질서가 일단락되는 의미가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동아시아 경제권의 주도권을 놓고 일본과 벌일 신경전이 볼 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국에 대한 서비스와 자본의 이동이 자유화되면서 국제 여유자금의 ‘중국 쏠림’ 현상도 뚜렷해질 것이 확실시된다. 한국을 포함한 신흥시장국들은 외국 자본의 유입 감소에 신경을 쓰면서 동시에 중국 특수를 노려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박원재기자>parkwj@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