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WTO가입 예고]대중화경제권 현실화

  • 입력 2001년 11월 9일 17시 26분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면서 세계 경제강국으로의 본격적인 비상을 시작했다.

중국은 15년간에 걸친 협상 끝에 9월17일 다자간 무역상대국들과 가입 협상을 마무리지었으며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WTO 각료회의는 10일 중국의 가입안을 승인할 예정이다.

상하이(上海) 사회과학원의 궈롄(郭連) 연구원은 9일 WTO 가입은 중국 역사의 새로운 ‘이정표’라면서 중국이 계획경제의 낡은 구습에서 벗어나 새로운 경제 강국으로의 길을 걷기 시작한 것 이라고 평했다.

중국의 WTO 가입은 크게 두가지 면에서 주목받고 있다. 우선 세계 5분의 1의 인구를 가진 중국이 세계 경제의 규칙을 준수하는 WTO의 정식 멤버가 됐다는 점이다. 이로써 중국의 개혁 개방과 자본주의화는 결코 역행할 수 없는 세계적인 공약(公約)이 됐다.

WTO 협상 수석대표인 룽융투(龍永圖) 대외무역경제합작부 부부장은 “WTO 가입으로 중국은 더 큰 변화의 바람을 타게 됐다”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각종 규정이 투명해지고 WTO의 룰에 맞춰 규정을 만들어간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WTO 가입은 중국에 긍정과 부정의 두가지 충격을 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중국경제가 세계 주류경제에 편입되어 각 분야에서 발전 기회를 잡게됐다는 낙관적인 전망이 대부분이다. 그렇지만 한편에선 대부분 도산 위기에 빠진 국유기업과 금융 부문이 경쟁에 밀리면서 더 취약해져 중국 공산당의 몰락을 부채질 할 것이라는 극단적인 부정적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실업자와 농업인구가 향후 가장 큰 고민거리가 될 것이란 지적도 있다.

또 하나는 중국이 대만과 함께 WTO에 가입함으로써 대중화(大中華)경제권이 현실화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대중화경제권은 중국을 중심으로 홍콩 대만, 나아가 태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주변 화교상권을 포함하는 경제네트워크다.

대만은 WTO 가입에 앞서 7일 단일사업에 대해 5000만달러를 상한선으로 제한하고 있던 투자한도 폐지를 골자로 한 대(對)중국 투자완화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반도체와 노트북 컴퓨터 등 고부가가치 품목과 대규모 사회간접자본 투자부문에서도 대만기업들의 대중국 진출 길이 열렸다. 그동안 대만은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홍콩의 2배에 이르면서도 대중국투자는 홍콩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78년 중국의 개혁 개방 이래 홍콩이 17만건 총 1122억달러를 대륙에 투자한데 반해 대만은 5만건 250억달러에 머물렀던 것.

투자 규제가 풀리면서 대만 자본의 중국 이동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대만의 지난해 GDP는 중국의 3분의 1 수준인 3101억달러, 외환보유고는 중국의 3분의 2인 1067억달러여서 자본이동도 엄청난 규모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미 대만 최대 재벌인 포모사그룹 왕융칭(王永慶)회장의 장남이 상하이(上海)에 총 64억달러가 들어가는 반도체 공장을 설립키로 했고 왕회장도 베이징(北京)에 대형 빌딩 건설을 협의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이종환특파원>ljh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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