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동굴은 ‘지하도시’… USA투데이 특집보도

  • 입력 2001년 11월 8일 18시 49분


‘미국의 최첨단 무기도 당할 수 없는 최고의 무기’라는 아프가니스탄의 동굴은 어떻게 돼 있을까.

미국 일간지 USA투데이는 최근 특집기사를 통해 오사마 빈 라덴과 탈레반 지도부의 은신처로 알려진 아프간의 동굴을 상세히 보도했다. 신문은 탈레반 정권이 미국과 ‘100년 전쟁’을 장담하고 있는 것은 철옹성이나 다름없는 ‘동굴의 힘’을 믿기 때문이며 이 동굴은 단순한 은신처가 아니라 하나의 ‘지하도시’에 가깝다고 소개했다.

◆미로처럼 얽힌 동굴=보통 수백m 길이인 천연 석회동굴은 서로 미로처럼 연결돼 있다. 수직으로 1000여m의 깊숙하며 수평길이 4∼6㎞에 달하는 것도 있다. 인공동굴도 많다. ‘카레즈’라 불리는 농수용 인공터널은 알렉산더 대왕시절인 2300여년 전부터 건설되기 시작했다.

이런 동굴은 1221년 몽골의 칭기즈칸 침략 때부터 게릴라전용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80년대 소련 침공 시엔 창고와 무기고 등이 추가됐고 동굴 입구도 장갑차 등 대형차량이 들어갈 만큼 높고 넓게 개량됐다.

빈 라덴이 아프가니스탄에 들어온 이후 동굴은 더욱 요새화됐다. 곳곳에 철문을 세우고 콘크리트로 굴 내부를 강화했다. 이 정도면 5000파운드나 나가는 미군의 참호파괴용 폭탄도 사실상 쓸모가 없다는 게 군사전문가들의 얘기다.

◆병원 도서관 호텔까지=동굴이 단순히 은신처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게릴라들의 은신이나 휴식을 위해 잠시 머무는 곳이 아니라 소도시를 방불케하는 일종의 생활터전이다. 동굴바닥엔 카펫이 깔려 있고 온갖 가구도 구비돼 있다. 히터와 에어컨으로 내부 온도를 조절하며, 발전기가 있어 전기도 공급된다.

86년 소련군이 아프가니스탄 파크티아주에 있는 자와르 동굴요새를 함락시켰을 때 동굴 내 시설을 보고 깜짝 놀랐다.

동굴 안에는 모스크 성전(聖殿)과 병원 도서관 호텔 등이 있었으며 미식축구장 6개를 이어놓을 만큼 긴 터널과 가지동굴이 41개나 연결돼 있었다. 더욱 놀란 것은 57일간 쉴새없이 공습을 해댔건만 동굴 내 건물들이 모두 온전했다는 것.

탈레반 정권이 ‘100년 전쟁’을 불사하겠다고 장담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미국은 성공할까=칭기즈칸이 아프가니스탄을 점령한 이후 아직까지 누구도 이 땅을 점령하지는 못했다. 19세기엔 영국이, 20세기 들어서는 소련이 시도해봤으나 실패하고 말았다.

미국은 최첨단 무기로 무장했다는 점에서 이전 침략자들과 다르다. 동굴 내 전사를 찾아내는 열감지 센서와 참호 파괴용 폭탄은 21세기 첫 전쟁의 달라진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문제는 아프간 전사들이 숨은 곳을 찾아내는 일이다. 여기저기에 가지굴이 미로처럼 얽혀 있는 동굴에서 탈레반 전사를 찾아내는 것은 백사장에서 바늘을 찾는 것처럼 어렵다.

소련군과 맞서 싸웠던 전 무자헤딘 전사(戰士) 자이둘라흐 카우미는 “소련은 화염방사기까지 동원해 동굴에 은신한 게릴라들을 소탕하려 했지만 실패했다”며 “내부 밀고자 등의 정보 제공 없이는 미군은 아프가니스탄 땅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하종대·선대인기자>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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