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라덴-오마르 살아있다”…파 주재 탈레반대사 밝혀

  • 입력 2001년 10월 8일 18시 54분


미국이 이번 대 테러전쟁에서 오사마 빈 라덴과 그를 보호해온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권의 최고지도자 모하마드 오마르의 신병을 확보할 수 있을까.

군사전문가들은 그동안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공격이 늦어졌던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로 종적이 묘연한 빈 라덴의 행적을 미국측이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해왔다. 이렇게 보면 7일 밤 기습 공습에 나선 미국은 현재 빈 라덴의 은거지를 어느 정도 확실하게 파악하고 있을 것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그러나 실제 이날 전폭기와 크루즈 미사일을 동원한 미국과 영국의 융단 폭격에도 불구하고 빈 라덴과 오마르는 건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압둘 살람 자에프 파키스탄 주재 탈레반 대사는 3차례에 걸친 미국의 공습 직후 “신의 은총으로 오마르와 빈 라덴이 살아 있다”고 밝혔다.

미국과 영국은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은 물론 탈레반의 지휘부가 집중돼 있는 칸다하르, 빈 라덴의 테러 훈련기지들이 위치한 잘랄라바드 등 6개 주요 거점에 공격을 퍼부었지만 목표물 1호인 빈 라덴을 제거하지는 못했다는 얘기다.

심지어 빈 라덴은 미국의 공습 직후 카타르의 위성방송인 알 자지라 방송이 방영한 녹화연설을 통해 “우리가 안전하다고 느끼지 않는 이상 미국인들도 안전하지 못할 것”이라며 추가 테러 위협을 가했다. 이날 오전 미리 녹화된 것으로 보이는 이 연설에서 군복 차림의 빈 라덴은 미국의 공격을 비웃기라도 하듯 바위산을 배경으로 직접 마이크를 잡고 10여분 넘게 발언했으며 이런 모습은 CNN방송을 통해 미국 전역에 생중계돼 미국민들을 경악케 했다.

아무튼 이번에도 빈 라덴 체포 또는 사살에 실패할 경우 미국은 더 큰 테러 공격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우려다. 빈 라덴은 1998년 8월 미국이 아프리카의 탄자니아와 케냐 주재 미 대사관 폭파사건에 대한 보복으로 아프가니스탄 동부에 있는 테러기지에 미사일 공격을 가했을 때도 살아 남아 미국에 대한 테러 공격의 강도를 높여왔다.

미국과 영국은 테러 참사 직후 최정예 특수부대원들을 아프가니스탄에 투입해 빈 라덴의 행방을 추적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 왔지만 아직도 빈 라덴의 소재지를 파악하지 못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8일 “첫날 공습은 빈 라덴을 겨냥한 것이 아니었다”며 “이번 공습은 1주일 정도 계속될 가능성이 있으며 그 후 빈 라덴 등을 추적하기 위한 특수부대의 지상활동이 뒤따를 것”이라고 보도했다.

<신치영기자·두샨베(타지키스탄)〓김기현특파원>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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