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전쟁 양상]추가공습→지상전 ‘기다긴 전쟁’ 예고

  • 입력 2001년 10월 8일 18시 48분


미국이 ‘21세기의 첫 전쟁’으로 규정한 테러 보복 전쟁은 국가가 아닌 테러리즘을 상대로 한 것이어서 재래식 전쟁과는 개념이 크게 다르다. 도널드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은 7일 “이번 전쟁은 앞으로 몇 년이 걸릴 수도 있다”며 아프가니스탄 공습이 길고 지루한 전쟁의 서막임을 강조했다.

미국은 테러 사건의 배후인 오사마 빈 라덴과 그의 테러조직인 알 카이다를 제거, 와해시키는 것을 1차적 목표로 삼고 있다. 최종 목표는 테러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국제 테러조직과 그 기반을 궤멸시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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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단기간의 군사작전만으로는 달성할 수 없는 데다 미국이 독자적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목표다. 미국이 그동안 국제 연대 형성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테러조직의 금융자산 동결을 통해 테러 자금줄을 차단하는 데 주력해온 것도 이 때문이다.

우선 미국의 공습만 해도 앞으로 며칠에 걸쳐 파상적으로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공습 결과를 위성과 정찰기를 통해 확인해가며 목표를 조정, 탈레반 정권의 방공망과 통신시설 군사기지 등을 초토화시킨 뒤 그린베레, 델타포스 등 정예 특수부대를 빈 라덴이 은신하고 있는 곳으로 추정되는 지역에 투입할 것이라고 군사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일부에선 미국이 일부 전략적 요충지를 점령한 뒤 이를 근거지로 삼아 장기전에 대비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한다.

그동안 탈레반 정권에 맞서 내전을 벌여온 아프가니스탄 북부동맹도 미국의 지원 하에 탈레반 정권을 상대로 대대적인 공세에 나서고 있다.

군사력에선 미국의 화력이 압도적이기 때문에 탈레반 정권이 아무리 20년간에 걸친 내란을 통해 실전경험을 쌓았다고 하더라도 미국의 공격에 맞서기는 어렵다는 것이 객관적인 분석이다.

그러나 미국이 험준한 산악지역의 동굴 또는 지하요새 등에 은신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빈 라덴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또 공격이 계속될수록 아프가니스탄 국민을 포함, 중동국가와 국제사회의 지지를 확보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질 수도 있다. 미국은 이번 공격이 테러리스트와 비호조직을 겨냥한 것으로 아프가니스탄 국민과 이슬람교에 대한 공격이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중동국가의 반응은 신통치 않다. 이란 이라크 등은 미국의 공습을 즉각적으로 비난하고 나섰고 다른 중동국가들도 미국의 공격을 우려의 눈길로 보고 있다.

미국이 7일 공격과 함께 기아에 허덕이는 아프가니스탄 국민을 구호하기 위한 식량 의약품 등을 공중투하, 인도적 구호작업에 나섰지만 그 선의에도 불구하고 이슬람국가로부터 호감을 사기 위한 제스처로 풀이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배경 때문이다.

미국 내에선 현재 전쟁지지 여론이 90%에 이르고 있지만 군사작전이 장기화되고 미군 사상자가 속출하는 등 피해가 커질 경우 반전여론이 확산될 수도 있다. 테러 발생 이전부터 침체조짐을 보이던 미 경제가 전쟁으로 더욱 휘청거리게 될 수도 있다. 장기전이 될 경우 엄청난 전비를 부담하는 것도 큰 문제이다.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의 혹독한 겨울이 시작되면 군사작전이 어려워지는 점을 고려, 빈 라덴 체포 혹은 살해 작전은 가급적 신속히 실행하려고 하고 있다. 그러나 빈 라덴측의 보복 테러를 포함해 변수가 많기 때문에 테러와의 전쟁이 과연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를 현 상태에서 정확히 예단하기는 매우 어렵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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