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군사시설 큰 타격…공습 피해 상황

  • 입력 2001년 10월 8일 17시 36분



미국과 영국은 7일 아프가니스탄에 대해 기습적으로 세 차례에 걸쳐 여섯 개 지역을 공격한 데 이어 8일에도 추가 공격을 감행했다. 치밀한 사전 계획에 따른 이번 공습은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과 칸다하르, 잘랄라바드 등지의 방공망 통신시설 레이더기지 공군기지 등을 파괴하는 데 주 목적을 둔 것이었다. 아프가니스탄의 피해 상황은 즉각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카불의 탈레반 국방부 청사와 칸다하르 등의 공군기지, 레이더 시설 등이 크게 부서진 것으로 알려졌다. 북부 군사요충지들도 큰 타격을 입었다고 외신은 전했다.

▽공습 상황〓1차 공습은 7일 오후 9시 27분(아프가니스탄 현지시간) 수도 카불에 미군 전폭기들이 폭격을 가하면서 시작됐다. 제프 훈 영국 국방장관은 이날 공격이 카불과 인근 지역의 3개 목표물을 비롯해 모두 30개 목표물에 대해 공격이 감행됐다고 설명했다.

8일 공습은 오후 8시 30분(아프가니스탄 현지시간)에 재개됐으며 수도 카불과 잘랄라바드, 탈레반의 본거지인 칸다하르에 집중됐다. AFP통신은 카불 하늘에서는 전투기가 날아다니는 소리가 들리고 탈레반군이 이에 대응해 대공포를 발사했다고 전했다.

이날 공습은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워싱턴 백악관에서 초대 조국안보국장에 임명된 톰 리지 전 펜실베이니아 주지사의 취임식을 주재한 뒤 단행됐다.

부시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첫째날) 공격은 계획대로 이뤄졌다”면서 “이번 전쟁이 ‘장기전’이 될 것이며 우리는 악을 행하는 자를 반드시 정의의 심판대에 세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공격을 위해 미국 본토 미주리주 휘트먼 공군기지에서 B2 스텔스 전폭기 등 15대가 발진했으며 이어 인도양의 미국 항공모함 엔터프라이즈호와 칼빈슨호에서 FA18, F14 전투기 15대가 출격했다고 리처드 마이어스 미 합참의장이 밝혔다. EA6B 정찰기와 E2C호크 조기공중경보기 등도 지원에 나섰다.

미군의 공습에 맞춰 오만 해역의 영국 항모 일러스트리어스호와 영국 핵잠수함 트라팔가호 및 2척의 미국 항모 등에서 모두 50기의 토마호크 크루즈 미사일이 발사됐다.

첫날 공습은 8일 새벽까지 2, 3차로 이어졌다. 전폭기들은 8일 오전 0시 45분과 3시 20분 각각 카불 등지의 상공에 다시 나타나 1차 공습보다 훨씬 강도 높은 폭격을 가했다.

탈레반 정권은 8일 밤 미군과 영국군의 네 번째 공습이 시작된 직후 카불 시민들에게 등화관제를 지시했다.

▽아프가니스탄의 피해 상황〓이날 공습은 미국이 테러사건의 배후조종자로 지목한 오사마 빈 라덴과 탈레반 지도자 모하마드 오마르를 표적으로 한 것이 아니었다고 미 뉴욕타임스지는 전했다. 탈레반측은 두 사람이 무사하다고 밝혔다.

이번 공습으로 카불 시내는 거대한 불기둥이 치솟았으며 조명탄 발사와 폭격음, 대공포성 등 굉음이 끊일 새 없었다.

탈레반 국방부 및 외무부 청사, 탈레반 1군단 사령부와 카불 공항이 공습으로 크게 파괴됐으며 방공포 진지 상당수가 완파된 것으로 알려졌다. 훈 장관은 7일 밤부터 8일 새벽까지 진행된 공습에서 민간시설과 전력시설 등은 공격대상에서 제외됐다고 말했지만 탈레반은 카불 민간인 25명이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칸다하르의 경우 탈레반 총사령부, 2군단 사령부, 오마르 등 탈레반 지도부 및 알 카이다 조직원들의 주택촌, 공군기지 등이 크게 부서졌다고 외신과 미국 언론은 전했다.

잘랄라바드 역시 공습으로 인해 알 카이다 최대의 훈련시설인 다룬타 복합단지 등 테러 훈련 시설과 공군기지 등이 피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군 전폭기들과 미사일은 이날 특히 반(反)탈레반 북부동맹군에 큰 위협이 되고 있는 북부 군사 요충지 마자르-이-샤리프와 콘두즈의 탱크 기지 등 군사 시설에 맹폭격을 가했다.

또한 중서부 헤라트 공군기지의 항공유 저장소가 크게 부서졌으며 남서부 파라의 군사시설도 큰 타격을 입었다고 미국과 영국 언론은 전했다. 이란 국영 IRNA 통신은 3대의 미국 전투기가 이란과의 접경인 파라 지방에 자리한 신단드 공군기지를 폭격했다고 보도했다.

<권기태·홍성철기자>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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