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중요성 인식 잠재적국에 중국 포함

  • 입력 2001년 10월 3일 18시 50분


미국 국방부가 1일 발표한 4개년 국방보고서(QDR)는 지난달 뉴욕과 워싱턴에서 발생한 테러사건의 여파로 인해 획기적인 국방개혁안을 제시하는 대신에 대체로 병력의 현상유지 등에 초점을 맞춘 것이 특징이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냉전 종식 후 21세기의 새로운 안보환경에 대응키 위해 병력감축 및 신무기 도입 등을 통한 새로운 군사전략 수립을 지난해 대통령선거 때부터 공약해왔다. 이에 따라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부장관은 민간인 전문가들의 자문을 토대로 병력감축 등을 목표로 한 국방개혁을 추진, 병력과 장비 면에서 기득권 유지를 희망하는 국방부 관료들로부터 강한 반발을 사기도 했으나 결국 3개월간의 밀실작업과 진통 끝에 나온 QDR는 ‘테러 여파’에 밀려 당초 기대와는 다른 것이 되고 말았다.

▽국방전략

럼스펠드 장관이 강조했던 미사일 방어체제(MD) 구축과 정밀유도무기 확보, 군병력의 신속 배치, 우주공간 활용, 정보역량 강화 등 국방개혁구상의 요점은 원론적인 차원에서 언급되는 수준에 머물렀다. 이를 위한 재원 확보 등 구체적 실천 계획은 제시되지 않았다.

미 국방부는 QDR를 작성하기 전부터 테러대책 수립의 필요성 등을 지적했으나 국방부 건물 자체가 테러의 공격목표가 되는 사태가 발생함에 따라 테러 대책의 중요성이 크게 강조 됐다. 미국 주변에 적국이 없는 지리적 이점이 더 이상 방어막이 되지 않는다며 본토 방위를 군의 최우선적 임무로 새삼 설정하고, “미국에 대한 다음 테러는 생화학 무기와 핵무기 등을 통해 더 극단적으로 감행될 수 있다”고 경고한 것도 그 때문이다.

럼스펠드 장관은 QDR 서문에서 “이번 테러사건은 보고서가 제시하는 전략적 방향이 올바르다는 것을 확인해주는 동시에 우리가 테러와의 전쟁을 벌이는 동안에도 그 같은 전략적 방향으로 더 빨리 나아갈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QDR에 입각한 구체적인 국방전략은 럼스펠드 장관이 내년 초 2003년 회계연도 국방예산안을 제시할 때에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해외 군사력 재편

한국의 입장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부분은 ‘윈윈 전략’의 폐기이다. 미국이 냉전 시대 이후 유지해온 이 전략을 바꾸게 된 것은 2개의 대규모 재래식 전쟁을 동시에 승리로 이끌기 어렵다는 현실적 판단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국은 동맹국들이 침공받는 것을 군사적으로 최대한 억제하되 그 같은 억제가 실패할 경우 1개 전쟁에서 적의 수도를 점령하는 등 결정적 승리를 거둔 뒤 다른 지역의 전쟁에서도 신속히 승리하는 전략을 구사하겠다고 밝혀 동맹국들을 안심시켰다.

미국이 아시아 지역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중국을 여전히 잠재 적국으로 간주한 것은 최근 테러사건을 둘러싼 중국과의 일시적 공조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군사적 위협을 무시할 수 없다는 상황인식을 보여준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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