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첩보기관 도청능력 무선통신 발달로 무력화”

  • 입력 2001년 9월 21일 18시 40분


미국의 심장부인 뉴욕과 워싱턴에서 전대미문의 납치비행기를 이용한 가미카제식 테러참사가 벌어질 수 있었던 것은 민간의 통신기술혁명으로 첩보기관의 도청능력이 상대적으로 현격히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뉴욕타임스는 20일 한때 구소련 지도자들이 차 안에서 나누는 대화까지 포착할 수 있었던 미 첩보기관들의 도청능력이 광섬유망의 등장과 민간 무선통신기술의 발달로 무력해졌다고 보도했다.

미 첩보기관들은 과거 적도 상공을 도는 스파이 인공위성을 통해 무전기, 워키토키, 장거리 전화 등의 각종 전자파 신호를 포착할 수 있었다. 하지만 광섬유망이 이들 무선전송을 대거 대체한데다 무선전송을 이용할 때도 1초에 1600번까지 주파수를 바꿔가며 데이터를 보내는 기술까지 개발돼 감청기술을 무용지물로 만들었다.

이는 무선데이터를 암호화하는 프로그램이 일반에 널리 유포되면서 더욱 가속화했다. 미국정부는 이런 프로그램의 해외수출을 불허하는 등 이 기술의 확산을 막으려 했지만 국내업체들의 압력으로 1999년 이에 대한 수출규제를 완화시켜야 했다. 미 의회는 지난해 도청분석을 담당하는 국가안보국(NSA)의 예산을 뒤늦게 대폭 늘렸지만 민간기술과의 격차를 줄이기엔 너무 늦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일부 정보전문가들은 대신 과거의 정보수집 방법인 3B방식, 즉 도둑질(burglary)과 뇌물(bribery), 협박(blackmail)으로 회귀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권재현기자>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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