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CIA 암살공작 부활 추진

  • 입력 2001년 9월 17일 16시 44분


미국 중앙정보국(CIA) 요원들이 뉴욕과 워싱턴에서 발생한 동시다발 테러사건을 계기로 테러리스트 등 외국인들을 암살할 수 있는 '살인 면허' 를 다시 갖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살인면허 부활의 주된 목적은 물론 이번 테러사건의 배후주범으로 알려진 오사마 빈 라덴을 제거하기 위한 것.

콜린 파월 미 국무부장관은 16일 CNN 방송과의 회견에서 76년 제럴드 포드 전 대통령이 CIA의 외국인 암살을 금지시킨 대통령 행정명령을 포함, CIA와 다른 정보기관의 해외공작 규정을 전면 재검토하고 있다 고 말했다. 포드 전 대통령은 70년대 중반 의회 청문회에서 CIA가 쿠바의 국가원수인 피델 카스트로에 대한 암살을 기도 사실 등이 밝혀져 논란을 빚자 CIA의 암살공작을 금지시켰다.

그러나 실제 미국은 그동안에도 테러리스트 등에 대한 암살 작전을 암암리에 벌여왔던 게 사실이다. 대(對) 테러작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98년 오사마 빈 라덴을 생포하거나 그의 테러망을 분쇄할 것을 지시한 비밀지령에 서명했으며 여러 차례 작전이 실패로 돌아갔다고 16일 밝혔다.

이 작전은 아프가니스탄내 요원들을 동원해 진행됐으나 CIA 등 미 정보기관들이 직접적인 작전개입을 감독했었다는 것. CBS 방송도 16일 CIA에 고용된 비 미국 국적의 요원들이 로켓추진수류탄을 빈 라덴의 경호대에 발사했으나 엉뚱한 차량에 명중, 실패로 돌아간 일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문제는 CIA의 해외 공작업무를 제한하는 여러 규정 때문에 이같은 테러리스트 지도자 제거 공작의 입안자체도 불허되는 등 공식적인 활동이 불가능하다는 점.

이 때문에 의회와 언론도 파월 미 국무부장관의 주장에 적극 동조하는 분위기다.

상원 정보위원회의 리처드 셸비 의원은 파월 국무장관의 발언에 앞서 15일 테러와의 전쟁에서 적을 공격목표로 삼는 것과 정보기관이 이들에 대한 암살을 기도하는 것에는 차이가 없다 며 CIA가 테러리스트를 암살하고, 외국 첩보원도 자유롭게 고용할 수 있게 관련 규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CIA는 90년대 중반부터 인권탄압이나 전과 등이 있는 외국 첩보요원을 고용할 수 없도록 규제를 받고 있다.

제임스 울시 전 CIA 국장도 테러 사건 발생전까지만 해도 CIA가 문제 있는 외국 첩보원을 고용하는 것에 반대해왔으나 이젠 생각이 바뀌었다 며 말했다.

한편 뉴욕타임스와 CBS방송이 지난 주말 공동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65%가 CIA의 외국테러리스트 암살공작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기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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