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응징 戰爭]‘한국안보’ 영향있나…주한미군 유동적

  • 입력 2001년 9월 16일 18시 42분


미국이 자살 테러 참사에 대해 전쟁을 선포하고 전시체제에 돌입함에 따라 한반도에도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정부는 미국의 대응이 한국에 미칠 군사적 영향을 면밀히 분석하면서 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미국의 공격으로 아프가니스탄에서 군사적 상황이 발생할 경우 한국의 안보태세는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주한미군에 당장 변화는 없겠지만 유사시 한반도에 긴급 전개하게 돼 있는 미국의 증원전력(69만여명)이 아프가니스탄으로 동원될 것이기 때문에 그만큼 ‘전력의 공백’이 생기게 된다. 과거 전례에서 보듯 태평양에 배치된 항모의 걸프전 이동, 주일 미해병대나 고공정찰기 전자전기 등의 투입이 예상된다.

더욱이 상황이 장기전, 전면전의 양상을 띨 경우 병력 및 물자 수송 거리가 가까운 주한미군이 전장에 투입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군 관계자는 “미국이 주한미군의 투입을 요구한다면 우리 정부로선 과거 베트남전 참전 때와 같이 주한미군 대신 우리 전투부대를 참전시켜야 하는 상황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전력의 공백’은 북한의 도발 유혹을 부추길 가능성이 없지 않다. 99년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군의 유고 공습 막바지 때 북한 경비정이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해 연평해전이 벌어진 점도 상기해야 할 대목이다. 또한 아프가니스탄에서의 미국의 군사행동에 맞서 중동의 테러단체들이 세계 곳곳에서 일제히 반격에 나설 경우 한국도 테러집단의 공격대상이 될 가능성도 경계해야 한다. 일단은 이스라엘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이 보복테러의 주 타깃이 되겠지만 한국도 예외일 수만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이에 따라 정부는 비상경계태세를 풀지 않은 채 ‘개전(開戰)’ 이후의 상황에 대한 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이를 위해 군은 주말에도 전군 지휘관들을 통신축선상에 대기토록 했고 대(對)테러훈련 등을 대폭 강화하도록 했다.

정부는 또 미국이 구체적인 지원을 요청해 올 경우 일단 91년 걸프전 때에 준해서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의료 및 수송 지원을 원칙으로 하되 아프가니스탄이 산악지대임을 감안해 미측이 특수부대의 파견을 요청해 온다면 이를 검토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철희기자>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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