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테러 대참사]테러당한 '테러통제센터'

  • 입력 2001년 9월 13일 18시 55분


뉴욕 주정부와 시당국은 1993년 세계무역센터에 대한 폭탄테러 이후 비상 상황시 대처방안을 치밀하게 수립해 놓았다. 하지만 이번처럼 실제 상황이 발생하자 초기 대응에 애를 먹었다.

세계무역센터는 2년 전에 뉴욕시의 비상통제센터로 지정된 건물. 계획대로라면 루돌프 줄리아니 시장 등 시 관계자들이 이곳에서 상황을 파악하고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하지만 무역센터 자체가 테러공격을 받는 바람에 ‘신경망’ 역할을 하지 못했다.

뉴욕시의 주요 통신기지 시설이 들어 있는 세계무역센터가 파괴돼 시 관계자들은 정보를 수집하고 교환할 방법을 찾는데 몇 시간을 허비했다.

줄리아니 시장은 비상통제센터를 시청이나 경찰서로 옮기려 했지만 세계무역센터와 인접한 이들 건물 역시 먼지와 잿더미로 뒤덮인 데다 2차 테러에 대비해 소개되는 바람에 실패하고 말았다.

줄리아니 시장은 하는 수 없이 인근 소방서로 발길을 돌렸지만 여기서도 한동안 시간을 허비해야 했다. 소방대원들이 모두 현장에 출동하고 문을 잠갔기 때문. 직원 한 명이 자물쇠를 부수고 나서야 소방서에서 비상본부를 가동할 수 있었다.

한편 뉴욕 주정부는 사건 직후 알바니의 비상센터를 운영하면서 시청 경찰서 소방서 등 각 기관의 업무를 조정하기 시작했으나 정보수집이 어려워 한동안 TV에 상황파악을 의지해야 했다.

조지 파타키 지사가 테러공격의 1차 피해자가 되지 않은 것이 그나마 다행. 주지사 집무실은 5년 전까지만 해도 세계무역센터 57층에 있었다.

연방재난관리청(FEMA)은 사건 당일 몬태나주에서 청장과 50개주 책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연례회의를 갖고 있었다. 올해 주제는 공교롭게도 ‘테러공격에 대한 대응’이었다. 청장과 뉴욕주 책임자는 테러소식을 듣고 곧바로 공군 비행기에 올랐다.

테러리스트들이 전혀 생각지도 못한 공격방법과 장소를 골라 테러를 가하는 바람에 정작 이에 대응해야 할 각종 비상대책 기관들은 갈팡질팡할 수밖에 없었다.

<워싱턴〓송상근기자>songmoo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