世銀 뭇매… “방만한 경영-전략부재로 위기”

  • 입력 2001년 9월 4일 18시 37분


“세계은행(IBRD)이 민간 기업이었으면 벌써 최고경영자를 갈아치웠을 것이다.”

90년대 중남미와 아시아 금융위기 때 개발도상국에 대규모 구제금융을 지원하는 등 지난 반세기 동안 세계 경제 발전에 큰 역할을 해온 IBRD가 방만한 경영과 전략부재, 총재의 자질 시비로 도마에 올랐다.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는 IBRD에 대한 안팎의 비난과 불만을 소개하면서 시대 흐름에 맞는 과감한 개혁을 하지 않으면 IBRD가 큰 위기에 빠질 것이라고 최근 보도했다.

신문은 특히 제임스 울펀슨 IBRD 총재의 자질론을 제기했다. 울펀슨 총재는 개도국 지원을 담당하는 세계 최대기구의 수장. 그러나 전략과 일관성은 물론 뚜렷한 성과마저 없어 민간기업 같으면 당장 해고됐을 텐 데도 2005년까지 재임을 보장받았다는 것.

IBRD 수석 경제분석가였던 세바스찬 에드워즈 박사는 “세계화 시대를 맞아 대규모 민간자본이 쉽게 개도국으로 이동할 수 있게 돼 IBRD의 영향력과 위상이 크게 저하됐음에도 그는 민첩하게 대처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울펀슨은 부총재 38명 중 36명을 직접 지명했으며 전체 직원 1만명 중 25%를 지난 3년내 채용했으나 조직을 장악하지 못한 채 기구만 방만하게 키웠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또 지난 10년간 대출을 10여건 이상 받은 나라가 36개국이나 되지만 성과는 거의 없다는 것이다. 윌리엄 이스털리 IBRD 경제분석가는 “지난 20년간 이들 36개국의 1인당 연간소득 성장률은 제로였다”고 말했다.

IBRD의 정치적 편향성과 관련, 베를린 진보연구소의 로버트 에드워즈 박사는 “IBRD가 회원국 전체의 이익보다는 갈수록 미국의 영향력 강화를 위한 도구로 이용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종훈기자>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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