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거주이전 자유화 바람…시장경제 가속

  • 입력 2001년 8월 22일 18시 43분


《중국이 시장경제로의 발걸음을 재촉하기 위해 노동력 이동 제한정책을 부분적으로 완화하고 있다.

허베이(河北)성 성도인 스자좡(石家莊)시는 1일부터 일정 조건을 갖춘 외지인에 대해 시내 7개지역의 호구(戶口)를 전면 개방키로 했다. 호구제도란 중국이 공산혁명후 주민통제를 위해 도입한 주거지역등록제도.》

시정부는 △기업이나 기관 단체에 초빙돼 1년이상 근무한 기술자나 계약노동자 △시내에 주택을 구입한 외지인 △시내에서 기업을 운영하거나 상업에 종사하는 외지인 △전문대 이상 학력을 가진 사람으로 시내에서 취업하는 사람 등에 대해 상주호구를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짱성예(臧勝業) 스자좡시장은 “시가 호구제도를 개혁한 것은 시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서”라고 밝혔다.

사회주의 계획경제시대의 대표적인 유산인 호구제도는 노동자는 도시에, 농민은 농촌에 살도록 주거와 직장을 국가가 분배 관리해온 제도. 중국 정부는 농민들이 도시로 대거 이동할 경우 사회혼란을 우려해 이 제도를 존속시켜왔으며 이 때문에 노동인력의 자유로운 이동이 방해돼 시장경제 발전의 장애물이 돼왔다.

베이징(北京)과 상하이(上海)에도 변화의 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먼저 상하이시가 올 여름 베이징 각 대학을 돌면서 우수인력에 대한 호구제도 완화 등을 전제로 대규모 유치작전에 나섰다. 그러자 베이징시가 이에 질세라 우수 졸업생들이 베이징에 잔류할 수 있도록 부분적으로 베이징 호구를 개방키로 한 것.

베이징시는 정보기술(IT)산업이 집중돼 있는 중관춘(中關村)에 대해 우수인력들이 자유롭게 취업 거주할 수 있도록 하는 ‘중관춘과학기술원 조례’를 만들었다. 베이징시 인사국은 또 베이징 시내 기업이나 기관이 직원 모집공고를 낼 때 ‘베이징 호구를 가진 사람에 한함’이라고 반드시 넣도록 했던 문구도 삭제하도록 하는 새 규정을 21일 마련했다.

베이징에는 전국의 수재들이 모이는 베이징대 칭화(淸華)대 인민대 등 명문대학들이 많지만 그동안 베이징시가 호구제도를 엄격히 적용하는 바람에 대부분의 학생은 졸업후 베이징을 떠나야만 했다. 베이징에서 가짜 호구를 만드는데도 일반노동자의 5년치 월급에 해당하는 6만위안(약 840만원)이나 들기 때문에 웬만한 사람은 베이징으로의 이사를 엄두도 내지 못했다.

중국이 이처럼 호구제도를 부분적으로 개혁하는 데는 세계무역기구(WTO) 가입도 영향을 미쳤다. 11월 중국의 WTO 가입후 기업들간에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우수인력 확보가 어려우면 외국과 경쟁이 안된다고 판단한 것.

한걸음 더 나아가 중국 국가발전계획위원회는 향후 5년내에 호구제도를 사실상 철폐한다는 내부방침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동부 연안지역을 중심으로 한 도시들에서는 조만간 주거제한 폐지라는 변화의 바람이 거세게 불어닥칠 전망이다.

<베이징〓이종환특파원>ljh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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