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암살대결로 치닫는다

  • 입력 2001년 8월 2일 18시 40분


이스라엘의 ‘표적 살해 정책’ 지속 선언에 이어 팔레스타인측도 ‘표적 살해’를 다짐하고 나서 양측의 유혈 대결 양상은 더욱 격렬해지고 있다. 미국 중재하에 이뤄진 6월13일 휴전 선언은 형식상이나마 지켜져왔으나 1일 팔레스타인측이 무장독립단체인 하마스 지도자의 피살에 격분해 휴전종료를 선언함에 따라 사실상 휴지가 됐다.

AFP통신은 2일 요르단강 서안지구 북쪽의 나블루스 근처에서 이스라엘군과 팔레스타인인 사이에 총격전이 벌어져 팔레스타인인 1명이 총에 맞아 사망하고 1명이 다쳤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은 1일 안보 관련 각료회의를 열고 이슬람 무장단체의 테러 예방을 내세워 미국 등 국제사회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표적 공격 정책’을 계속하기로 했다. 이날 각의는 이스라엘군이 지난달 31일 요르단강 서안의 나블루스에 있는 하마스 사무실을 포격해 하마스 지도자 등 8명이 숨진 데 대해 국제사회의 비난이 쏟아지자 소집된 것. 아리엘 샤론 총리는 각의를 마친 뒤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을 비롯한 주요국 지도자에게 전화를 걸어 표적 살해 유지 방침을 설명하고 이에 대한 이해를 요청했다.

하마스의 가자지구 지도자 압델 아지즈 알 란티시는 1일 “살인마 샤론 총리와 범죄자 시몬 페레스 외무장관 등 이스라엘 정치지도자를 추적, 살해할 것을 모든 부대에 촉구한다”고 밝혔다.

자살폭탄 테러로 이스라엘군의 공격에 대항해온 팔레스타인 무장단체가 이스라엘 지도자를 ‘표적 살해’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처음이다.

팔레스타인 자치구역 내 나블루스에서는 이날 10만여명이 모여 지난달 31일 이스라엘군 포격으로 숨진 하마스 지도자 2명을 포함한 8명에 대한 장례식을 열고 이스라엘에 대한 복수를 다짐했다.

지난해 9월 양측간 유혈충돌 사태가 벌어진 후 이스라엘은 “테러를 배후조종하고 있다”며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의 핵심 인사를 겨냥한 ‘표적 공격 정책’을 펴왔다.

지난달 31일 이스라엘의 포격으로 숨진 하마스의 지도자 자말 만수르(41)는 여러 건의 자살폭탄테러를 배후 지휘한 인물로 알려졌다. 2월에는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자치정부 수반의 경호책임자인 마수드 아야드 소령이 승용차를 타고 가다 이스라엘군의 로켓 공격을 받고 숨졌다. 이슬람 지하드의 과격파 지도자인 이야드 하단은 4월 공중전화를 걸던 중 폭탄이 터져 사망했다.

아라파트 수반은 2일 양측에 모든 종류의 폭력행위를 중단하자고 호소하면서 국제사회를 상대로 중재단을 즉각 파견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아라파트 수반의 폭력 동시 중단 호소가 격앙된 양측의 보복 악순환을 잠재우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홍성철·김성규기자>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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