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에 전쟁 위협이 사라지면 주한 미 육군과 공군의 규모는 당연히 재검토 대상이 될 것이며 한국 역시 대규모 미군 주둔에 따른 비용 부담에 강한 거부 반응을 보일 것이기 때문이다. 또 한반도 사태 발생을 가정해 편성된 현재의 미 육군 2사단은 기동성이 떨어져 한반도 외 아시아 지역에 사태가 발생할 경우 신속대응군으로 투입할 수 없다는 문제도 안고 있다.
이같은 여건을 고려해 볼 때 주한 미군 감축이 필요해진다면 초기 단계 대응 방안의 하나로 2사단 병력 일부 감군안을 제시한 것이다. 주한 미 공군 기지 일부 폐쇄와 일부 공군 병력을 미국령 괌 등으로 이전하는 방안에 대비하라고 미 공군에 촉구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이 보고서는 현상황에서의 즉각적인 감축안을 제안한 것은 물론 아니다. 보고서의 전체 골격은 한반도 통일이 이뤄진 뒤에도 주한 미군이 계속 존속하는 것이 동북아시아 지역 안정이나 미국의 전략적 이익을 위해 바람직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보고서는 이밖에도 “중국은 한반도 통일을 묵인하는 대가로 주한 미군의 철수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며 주한 미군 철수 문제가 언젠가 한중간 현안이 될 수 있음을 지적했다. 또 경제력을 갖춘 ‘통일 한국’이 등장해 북한의 핵 관련 프로젝트를 지속한다면 일본을 자극, 양국 관계가 크게 악화될 가능성이 있으며 미국은 곤란한 처지에 놓일 수 있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