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바람 어디까지]내각지지율 전후최고 87% 기록

  • 입력 2001년 4월 29일 19시 16분


일본의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새 내각이 전후 최고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요미우리 신문이 27, 28일 실시한 전화여론조사에 따르면 고이즈미 내각의 지지율은 87.1%로 지금까지 최고였던 93년 8월 호소카와(細川)내각의 71.9%를 크게 웃돌았다. 또 도쿄신문과 교도통신 조사에서도 각각 86.3%를 기록했다. 이는 고이즈미 내각발족 직전 모리 요시로(森喜朗)내각의 지지율이 9%대로 떨어졌던 것에 비하면 엄청난 변화다.

요미우리 신문 조사에 따르면 고이즈미 내각을 지지하는 이유로 “정치이념이 명확하다”를 꼽은 응답자가 47%로 가장 많았고 “지도력이 있다”(21%), “신뢰할 수 있다”(19%)의 순이었다.

고이즈미 정권이 어느 정도 계속됐으면 좋겠느냐는 질문에 “가능하면 오래”가 47%, “2, 3년”이 37%로 장기집권을 원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7월 참의원선거에서 어느 정당이 승리하면 좋겠느냐는 질문에도 자민당이 54%를 기록해 제1야당인 민주당의 27%를 압도했다.

모리 전총리의 잇단 실언과 실정으로 참의원선거에서 승리를 장담했던 야당들은 고이즈미 내각의 인기가 급상승하자 불안해 하고 있다. 야당들은 고이즈미 내각에 대해 ‘모리 내각의 연장’ ‘표지만 바뀌었을 뿐’이라고 평가절하하면서도 마땅한 대안이 없어 고심하고 있다.

민주당의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대표는 “고이즈미 총리가 주장하는 개혁플랜은 이미 우리당이 주장해왔던 것들”이라며 “어느 당이 실행력이 있는지를 참의원선거에서 심판받겠다”고 말했다. 자유당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당수도 “고이즈미 총리가 개혁, 개혁하는데 무엇을 개혁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고 깎아내렸다.

<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

▼改憲관련 잇단발언 힘 실리나▼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가 취임하자마자 ‘헌법 개정’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내놓고 있다. 고이즈미 총리가 언급한 헌법 개정 문제는 4가지 항목. 헌법 9조(평화조항)와 집단적 자위권 문제, 유사법제, 총리직선제에 관한 것이다.

이 중 핵심은 헌법 9조의 개정. 고이즈미 총리는 이와 관련해 “장래에는 개정해야 한다”고 못박았다. 이 발언이 문제가 되자 그는 “정치과제로 삼는 것은 어렵다”고 하면서도 “자위대에 경의를 가질 수 있도록 법을 정비하고 환경을 만드는 것은 정치의 당연한 책무”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는 지금은 힘들지만 분위기가 성숙되면 당연히 개정해야 한다는 뜻을 나타낸 것이다.

집단적 자위권은 자국이 아니라 동맹국이 공격을 받거나 자국 근처에서 전쟁이 일어났을 때 교전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일본 정부는 1981년 이후 “권리는 갖고 있지만 헌법 9조 때문에 행사할 수는 없다”고 해석해 왔다. 그러나 고이즈미 총리는 “헌법 해석을 유연하게 하면 집단적 자위권 행사도 가능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물론 장기적으로는 헌법을 개정해 집단적 자위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고이즈미 총리의 헌법 개정 관련 발언
항 목발언 내용
헌법9조(전쟁포기, 군비 및 교전권 부인 조항)장래 개정해야 한다. 자위대는 군대가 아니라는 것은 부자연스럽다. 만일의 경우 목숨을 바칠 자위대에 대해 누구나 경의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헌법을 갖는 것이 좋다.(24일 총재 선출 기자회견)

전후 후유증이 심하기 때문에 정치과제로 논의하는 것은 어렵다. 그러나 헌법위반이라고 하는 것은 자위대에 대한 실례다. 자위대에 경의를 가질 수 있도록 법 정비와 환경 만들기를 하는 것은 정치의 당연한 책무다. 9조 개정 얘기를 하면 매파다, 우익이다라는 논쟁은 이제 그만뒀으면 좋겠다.(27일 총리 취임 후 첫 기자회견)

총리직선제헌법을 고치는데 있어 국민의 이해를 얻기 쉬운 것이 총리직선제다. 다른 조문은 일절 건드리지 않는다. 국회의원들은 반대가 많지만 국민은 찬성이 많다. (27일 총리 취임 후 첫 기자회견)
집단적 자위권집단적 자위권은 갖고 있지만 행사는 할 수 없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정부 해석이다. 정부 해석을 바꾸는 것이 상당히 어렵다는 것은 알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공격을 받았을 때 일본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며 과연 그대로 있을 수 있는가. 지금의 해석을 존중하지만 여러 가지 사태에 대비해 연구할 필요가 있다.(27일 총리 취임 후 첫 기자회견)
유사법제유사법제는 자위대가 문민통제 하에서 국가와 국민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하므로 검토를 하라.(26일, 나카타니 겐 방위청 장관에게)

유사법제는 일본이 직접적인 무력공격을 받았을 때를 대비해 자위대의 역할과 미군의 활동 등에 대해 미리 법률로 정해 놓자는 것이다. 일종의 ‘전시동원법’인 셈이다. 자위대의 활동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결국 헌법 개정 문제와 연결될 수밖에 없다.

고이즈미 총리는 총리직선제를 위한 개헌이 가장 쉬운 것으로 보고 있다. 다른 조항에는 일절 손을 대지 않고도 총리직선제 개헌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번 헌법을 개정하면 다른 조항도 쉽게 고칠 수 있는 전례가 생기게 된다.

개헌은 일본 보수세력의 마지막 숙원사업이다. 패전 후 일본이 안고 있는 ‘부(負)의 유산’을 청산하고 ‘보통국가’로 가자는 논의의 핵심이 바로 개헌이다.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전 총리는 이를 ‘전후 총결산’이라고 불렀다. 고이즈미 총리의 주장은 ‘제2의 전후 총결산’인 셈이다. 쉽게 말하면 ‘군대도 갖고 유사시에는 전쟁도 할 수 있도록 일본에 채워진 마지막 족쇄를 제거하자’는 것이다.

<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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