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機 충돌사건']승무원-정찰기 분리 해법 모색

  • 입력 2001년 4월 8일 18시 55분


미국 정찰기와 중국 전투기의 충돌사건이 8일로 발생 1주일을 넘기면서 이 사건의 원만한 해결을 위한 양국의 외교적 절충이 차츰 가닥을 잡아가고 있는 듯이 보인다.

미국은 중국에 억류돼 있는 승무원 24명의 송환을 비교적 낙관하고 있고, 중국은 첸치천(錢其琛) 부총리가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에게 보낸 서한 등을 통해 미국의 사과를 거듭 촉구하는 등 다소 엇갈린 태도를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태도에 비춰볼 때 양국이 사태 해결의 큰 방향에 대해선 대체로 의견접근을 본 것으로 관측된다.

국무부의 한 고위 관리는 7일 “중국은 공식적으론 매우 강경하지만 우리와 계속 대화를 하고 있다”며 “중국측의 비타협적인 입장 표명은 전체적인 그림이 아니다”고 말했다. 아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도 미 행정부는 상황을 낙관하고 있으며 첸 중국 부총리의 서한을 ‘차질’로 간주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중국과의 협상에 관여하고 있는 한 미국 관리도 첸 부총리의 서한은 이번 사건에 대한 미국의 입장 설명을 요구하는 것이지 실제로 사과를 요구하는 것은 아닌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즉 중국이 이 사건에 대한 미국의 유감 표명이 충분치 않다며 거듭 사과를 요구하는 것은 최종적인 타결을 놓고 협상력을 강화하는 한편 대내적인 반미감정을 무마하기 위한 제스처일 뿐 실제로 판을 깰 생각이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미국측 시각이다.

미국이 자국 승무원들의 송환 문제가 걸린 중국과의 ‘예민한 협상’에 대해 이같은 반응을 보이는 것은 단순히 희망 섞인 관측이 아니라 실제로 협상에 임하는 중국측의 유연성을 감지하고 있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사건의 해결을 위해 양국이 작성해 현재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 공동문안의 초안에 중국 전투기와 조종사의 실종문제에 대해 미국의 유감표명은 언급돼 있지만 사과 내용은 포함돼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것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또 양국이 미 승무원의 송환과 정찰기의 송환을 분리해 해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일단 중국이 인도적 차원에서 승무원 송환 문제에는 긍정적으로 호응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미 국방부가 승무원 석방에 대비해 이들을 본국으로 데려올 비상 수송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물론 이번 사건은 두 나라의 국가적 자존심이 걸린 사안인 만큼 중국 군부의 반발 등으로 인해 사태 해결이 난항을 겪게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승무원 송환이 급선무인 미국과는 달리 중국으로선 해결을 좀더 미룬다고 해서 특별히 더 크게 손해볼 것은 없기 때문이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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