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中 늑장대응" 만만디 정책에 분통

  • 입력 2001년 4월 3일 18시 36분


《‘일촉즉발(一觸卽發).’ 중국 영토에 비상착륙한 미군 정찰기 송환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한판 힘겨루기’로 지구촌의 긴장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중국이 미국의 항의에도 불구하고 이미 미군 정찰기에서 첨단장비를 떼어내는 등 본격 조사에 들어가 양국간의 신경전이 한층 가열되고 있다.

CNN 방송 등은 3일 긴급 뉴스로 “미 정찰기가 비상착륙한 직후 중국 당국자들이 정찰기에 탑승해 첨단장비를 떼어내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인민해방군은 미군 정찰기가 비상착륙한 직후 100명에 가까운 고급 장교들을 현지로 급파해 정찰기의 첨단장비 조사 작업 및 향후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미국과 중국 양측의 긴박한 움직임을 정리했다.》

▼美 정찰기 대책마련 분주▼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중국측이 미 정찰기에 진입해 첨단 정보수집 장비들을 분리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 3일 오전 국가안보회의를 소집해 비상대책을 논의했다.

전날 2차례의 강경한 성명을 발표하며 정찰기와 승무원의 조속한 송환을 촉구했던 부시 대통령은 이날 오전 백악관에서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 등 외교안보팀의 긴급 브리핑을 받고 향후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고 미 언론은 전했다.

이 자리에선 특히 EP3 정찰기가 보유한 각종 첨단 장비외에도 주요 기밀들이 중국측에 넘어갔을 경우와 억류중인 승무원들이 조기에 송환되지 못할 때를 대비한 다양한 대응책이 집중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부시 대통령은 2일 국가안보회의 뒤 성명을 통해 “중국측이 신속히 대응하지 않고 있다”며 중국 특유의 ‘만만디’에 불만을 터뜨렸다. 그는 성명 낭독을 마친 뒤 ‘정찰기 승무원들이 현재 중국에 인질로 잡혀있는 것이냐’는 질문에 답변하지 않은 채 굳은 표정으로 퇴장,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부시 대통령은 이어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마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도 △승무원 즉각 송환 △정찰기 현상 유지 및 즉각 반환 △미 외교관의 승무원 접견 허용 등을 거듭 촉구했다.

사건 직후부터 조지프 프루허 주중 대사와 긴밀히 연락을 취해온 콜린 파월 국무장관도 국무부 관계자 실무 합동회의를 열어 대책을 숙의했으며 미 국방부와 태평양 사령부는 하이난섬 인근의 중국군 동향 등을 면밀히 추적하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한편 미 국방부는 충돌 사고 직후 하이난섬 인근 해역에 대기했던 미 구축함 3척이 2일 모항으로 귀환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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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어젯밤 긴급대화▼

중국 외교부는 3일 밤 긴급담화를 발표하는 등 2차례에 걸쳐 정찰기 조사를 강행할 뜻을 발표했다. 앞서 장쩌민(江澤民) 중국 국가주석은 “모든 책임은 미국에 있다”며 “중국 영해 인근에서의 정찰 활동을 중단하라”고 미국측에 강력하게 요구했다.

주방짜오(朱邦造)대변인은 이날 “중국은 국내법과 국제법에 따라 정찰기를 충분히 조사할 권리가 있다”며 조사할 것을 시사했다. 그는 “인도주의 원칙에 따라 승무원들이 미국 대사관 직원들과 만나도록 배려했다”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다.

그는 “이번 사고는 미국 정찰기의 잘못으로 일어난 것인만큼 미국은 중국과 중국 인민게 사과와 해명을 해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중국군은 미군 정찰기가 불시착한 하이난섬 링수이(陵水) 공군기지 주변을 삼엄하게 경계하는 등 비상태세에 돌입했다. 현지 소식통은 “링수이 공군기지 반경 5㎞ 지역에 병력이 배치돼 출입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으며 군용 지프들이 수시로 일대를 순찰하는 등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고 전했다. 심지어 하이난 성 정부 차량도 출입이 허용되지 않고 있다는 것.

군 당국은 2일 차량편으로 링수이 기지로 접근하던 수명의 홍콩 기자들을 연행해 조사하는 등 외부인들의 접근을 철저히 차단하고 있다.

앞서 장주석은 충돌 사고후 낙하산으로 탈출한 중국인 비행사의 안전에 깊은 관심을 보이며 해군과 관련 부처에 전력을 다해 수색구조 활동을 벌일 것을 수차례 지시했다.

이에 해군은 즉각 함정과 비행기를 하이난섬 남동해역에 급파, 수색구조 활동을 벌였으나 아직 실종된 비행사를 발견하지 못했다.베이징 관측통들은 이 사건이 이달중 워싱턴에서 열리는 미―대만 군수회의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이 때문에 미 승무원 24명과 기체 처리 문제가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베이징·워싱턴〓이종환·한기흥특파원〉ljh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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