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첫 공식입장 표명]'NMD 러시아 동조' 美오해 풀기

  • 입력 2001년 3월 2일 18시 32분


정부가 2일 미국의 국가미사일방어(NMD)체제 추진과 관련해 처음으로 공식입장을 밝힌 것은 한국이 지난달 27일 한―러공동성명을 통해 러시아의 반(反)NMD 입장에 동조한 것 아니냐는 국내외의 의구심을 불식시키기 위한 것이다.

또한 7일로 예정된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미대통령 간의 첫 정상회담을 염두에 둔 인상이 짙다.

정부가 밝힌 공식입장에 찬반(贊反)에 대한 언급은 일절 없다. 그러나 ‘NMD 추진을 반대하지 않으며 미측 입장을 이해한다’는 호의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게 일반적인 해석이다.

이같은 공식입장 발표는 미국과 국제사회의 ‘오해’를 풀어주는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민감한 NMD 문제에 대한 입장 표명은 늦으면 늦을수록 좋다’는 정부의 기존 방침이 무너지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지적이 정부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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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 NMD 반대 않는다" 정부 공식입장 발표

▽‘전략적 모호성’ 상실〓대북관계와 동북아 정세를 고려하면 NMD에 찬성할 수 없고, 한미동맹관계를 생각하면 이에 반대할 수도 없는 정부로서는 그동안 의식적으로 입장 표명을 유보해왔다.

정부는 99년과 지난해 러시아 등이 미국의 NMD 추진에 반대하는 의미로 유엔에 제출한 ‘탄도탄요격미사일(ABM) 제한조약의 철저한 준수를 촉구한다’는 내용의 결의안에 대해서도 두 차례 모두 기권표를 던졌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상대방이 우리 입장이 무엇인지 모르도록 하는 ‘전략적 모호성(strategic ambi―guity)’을 유지해 왔다고 설명해 왔다. 그러나 정부는 이번 NMD 파문을 계기로 침묵하는 것 자체가 또 다른 오해를 낳는다고 판단했다.

정부 당국자는 “국제정치에서는 민감한 사안에 입장을 표명하는 시기도 협상의 지렛대가 될 수 있다”며 “이번 발표로 우리의 입지가 많이 좁아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NMD및 TMD 관련 정부관계자 발언

발 언내 용
천용택 당시 국방장관(99.3.6·외신기자클럽 간담회)한국은 TMD개발에 참여할 경제력도 기술능력도 없다.
조성태 국방부장관(2000.2.20·국회 국방위 답변)NMD는 우리 능력과 다른 안보상사항 등을 종합고려해 신중히 입장을 정리할 방침이다.TMD는 현단계에서 참여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
한―러 공동성명(2001.2.27·서울)ABM조약을 보존하고 강화한다
이정빈외교통상부장관(2001.3.2·기자간담회)―오늘날의 세계 안보상황은 냉전시대와는 다르기 때문에 이에 대 한 접근도 새로운 변화를 필요로 한다.―우리는 이러한 새로운 접근 방법을 추구하고 발전시키는 데 있 어 부시대통령의 지도력을 신뢰하는 바이다.―우리는 미국 정부가 국제평화와 안전을 증진하는 방향으로 동맹 국 및 관련국들과 충분한 협의를 통해 이 문제에 대처해 나가기 를 바란다.

▽전화위복될 수 있나〓국제적으로 ‘실수’를 인정한 셈인 정부의 분위기는 어둡다. 하지만 우리의 입장에 대한 전세계적 관심을 불러일으킨 것은 나쁜 일만은 아니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미국에도 일본이나 영국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우리의 안보상황을 인식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부형권기자>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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