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 논쟁]아사히 "과거미화" 산케이 "자기비하 안돼"

  • 입력 2001년 2월 22일 18시 56분


일본의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이 집필한 중학교 역사교과서의 검정을 둘러싸고 아사히신문과 산케이신문이 22일 지상논쟁을 벌였다.

아사히신문은 ‘검정의 향방을 주시한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이 교과서에 대해 우려하는 것은 중국이나 한국이 반발해서가 아니다”며 “교과서 제작에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이 단체 멤버들의 기존 주장이 너무나도 균형감각을 결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신문은 이 단체가 기존 교과서들의 역사관을 ‘자학사관’ 등으로 공격하고 있는 데 대해 “이는 당시 일본 국민의 고통과, 침략을 당했던 사람들을 무시하는 일방적 해석”이라며 “그런 주장에 근거한 역사관을 교실에서 가르치는 것이 다음 세대를 짊어질 학생들에게 과연 좋은 일인지 의문을 금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신문은 이어 “요즘 일본은 정치 혼미와 경제 불황으로 인해 자신감을 상실했고 이 때문에 과거를 미화하는 역사관에 이끌리기 쉬운 분위기”라고 지적하고 “어려운 때일수록 지나온 길을 겸허하게 돌아봐야 하며 자기정당화에 불과한 역사관은 국내외적으로 불필요한 알력을 낳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신문은 현행 교과서 검정제도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가능하면 검정과정 등에 관한 정보를 공개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당국에 촉구했다.

반면 산케이신문은 1면 대형 상자기사에서 아사히신문이 21일자 1면 머리기사를 통해 “일본 정부는 교과서 검정에 정치적 개입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보도한 것을 맹공했다. 신문은 “교과서 검정은 정치적 의도나 외교적 배려에 좌우되지 않고 교육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아사히신문의 보도는 오히려 외압을 유도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비난했다.

산케이는 “일본의 교과서는 너무나 이웃국가를 배려한 나머지 일본을 비하하는 기술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며 “이는 82년에 이웃국가의 입장을 배려한다는 ‘근린제국조항’을 만든 이후에 빚어진 현상”이라고 주장했다.한편 “일본의 대동아전쟁은 아시아국가의 독립에 도움을 줬다”는 망언으로 물의를 빚은 자민당의 노로타 호세이(野呂田芳成) 중의원 예산위원장은 21일 “전혀 잘못 말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자신의 발언을 옹호했다.

<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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