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와 부시정부]"통상압력 한국이 主타깃"

  • 입력 2001년 1월 25일 18시 37분


현대자동차 북미지사는 요즘 앤드루 카드 백악관 비서실장의 일거수 일투족을 불안한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다.

카드 실장은 미 자동차제조협회(AAMA) 회장과 제너럴모터스(GM) 부사장을 역임했다. 국내 자동차업계는 미 자동차업계의 이익을 대변해온 그가 비서실장에 취임함에 따라 자동차교역 불균형 문제가 한미간의 통상 이슈로 전면에 부상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다고 보고 있다.

카드 실장은 97년 미 정부가 한국의 자동차교역을 문제삼아 슈퍼 301조를 발동할 당시 한국에 대한 강경조치를 강도 높게 요구했다. 한국의 통상담당자들과 언쟁을 벌이다 자리를 박차고 나간 적도 있다.

부시 행정부에 통상분야의 강경파로 알려진 인물들이 속속 포진함에 따라 국내 업계와 정부 당국이 긴장의 고삐를 다시 조이고 있다. 우선 공화당의 통상문제에 대한 기본노선이 민주당보다 강경하다. 특히 부시 대통령은 자신의 대선공약인 ‘세금감면’을 실천하는 대신에 통상정책을 강화해 무역적자를 줄이려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반도와 부시정부 분야별 점검
- '대북정책 시금석'의 향방
- 파월 발언/대북관계 채찍·당근 병행
- "투명성 없인 지원도 없다"
- "미사일방어체제 강행" 新냉정 가능성
- 주한 병력배치 바뀌나
- 거세질 시장개방 요구

부시 대통령의 25년 친구로 ‘실세장관 인 돈 에번스 상무장관도 최근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불공정 무역으로부터 미국의 산업 및 노동자를 보호하고 교역 상대국에 대한 시장개방압력을 강화하겠다”고 이미 예비 선전포고를 한 상태다. 한국무역협회 박진달 통상지원팀 팀장은 “통상압력의 첫 파고는 철강업계가 맞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휠링 피츠버그사가 작년에 파산을 하는 등 우선 미국 철강업계의 분위기가 심상찮다. 또 이달초 국제무역위원회(ITC) 신임 위원으로 임명된 데니스 드배니 변호사는 미 철강업계와 노조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그는 국제무역에 대한 경험은 거의 없는 반면 반덤핑 제소 등 수입규제와 관련 업계와 노조의 입장을 옹호할 것이 확실하다.

철강 다음은 자동차.

바세프스키 미 무역대표부(USTR) 전 대표는 5일 한국경제연구원 주최로 워싱턴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한국은 지난해 미국에 50만대의 자동차를 수출한 반면 미국이 한국에 수출한 차는 겨우 1500대”라며 한국 자동차 시장의 폐쇄성을 강하게 비판했다.

돈 에번스―앤드루 카드로 이어지는 강경라인이 상승작용을 일으킬 경우 한국의 자동차업계는 올해 심한 홍역을 앓을 수밖에 없다.

더욱이 부시 행정부는 의회로부터 통상관련 사안에 대한 신속처리권한(패스트 트랙)을 의회로부터 획득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통상압력의 수준을 더 높일 강력한 ‘채찍’을 확보하겠다는 뜻. 부시 대통령이 신속처리권한을 갖게 될 경우 외국과의 교역협상을 정부가 전담하게 돼 부시 행정부의 강경책을 완화시킬 반대파의 목소리가 약해진다. 부시 행정부는 또 서비스와 농산물시장 개방과 지식재산권 보호문제를 중심 의제로 삼을 세계무역기구(WTO) 뉴라운드 출범도 서두르고 있다.

통상압력의 범위가 시장개방이나 불공정무역 공방 등 전통적인 이슈를 넘어서 한국의 재정 금융정책이나 구조조정 정책으로 넓어질 가능성도 있다.

부시 대통령 경제수석인 로렌스 린지는 하버드 경제학 교수 출신으로 98년 미 의회청문회에서 국제통화기금(IMF)의 한국에 대한 구제금융지원을 반대한 인물. 폴 오닐 재무장관은 제조업계 출신으로 한국의 구조조정 과정을 통상문제의 시각에서 바라볼 가능성이 있다. 미국 반도체업체인 마이크론 테크놀로지가 최근 산업은행의 현대전자 회사채 인수를 트집잡은 것이 단적인 사례다.

<이병기기자>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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