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노벨상 회견]"지금은 통일보다 평화가 중요"

  • 입력 2000년 12월 11일 18시 39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11일(이하 한국시간) CNN과 인터뷰를 갖는 한편 노벨위원회 공식연회, 노르웨이총리 면담, 의회 방문, 축하음악회 등의 행사에 참석했다.

▽축하행사〓김대통령은 이날 숙소인 오슬로 그랜드호텔에서 노벨위원회가 주최한 공식연회에 참석해 “기쁨보다 더 큰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대통령은 이어 관례에 따라 노르웨이 의회를 방문한 뒤 12일 새벽 노벨평화상 축하음악회에 참석했다. 음악회는 제임스 본드 시리즈 영화에 출연했던 영국출신 여배우 제인 세이무어의 사회로 2시간 동안 진행됐으며 소프라노 조수미씨 등이 출연했다.

공연 도중에는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총리 등이 보내온 수상축하 영상메시지가 방영되기도 했다.

▽CNN인터뷰〓김대통령은 이날 새벽 미국 CNN 방송과 특별 생방송 인터뷰를 했다. 전세계에 생중계된 인터뷰는 CNN 시사프로그램인 ‘인사이트’의 메인앵커 조너선 맨의 사회로 토크쇼 형식으로 진행됐다.

―수상 소감은….

“나름대로 평화를 위해 살아온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에 대한 인상은….

“김위원장은 상당히 머리가 좋고 남의 말을 들을 줄 알고, 그 말이 맞는다면 수용하는 사람이다.”

―김대통령을 탄압한 두 전직 대통령을 용서했는데….

“내가 당할 때는 가만두지 않겠다고 생각했는데 세월이 가고 대통령이 되니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쿠데타는 잘못됐다고 생각하지만, 사람과 화해한 것이다.”

▽BBC인터뷰〓이에 앞서 김대통령은 10일 영국 BBC방송과 회견을 갖고 “지금은 통일할 때가 아니며, 지금 통일한다고 해도 경제적으로 북한을 감당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김대통령은 또 “남북대화가 이제 시작된 만큼 남북관계의 역행을 언제나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틴 루터 킹 목사 등과 같은 반열에서 평화상을 수상한 소감은….

“그분들만큼 위대하진 못하지만 인권 민주주의 평화를 위해서 노력하겠다.”

―남한, 북한, 미국의 정당성, 주권 등과 관련된 사안들을 논의하면서 김정일위원장이 어느 정도 납득했는가.

“다시는 전쟁을 하지 말자고 했다. 북한은 적화통일을 생각하지 않고, 남한은 흡수통일을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평양에 도착하기 전에 가지고 있던 의제에 통일도 있었나.

“50년간 우리는 서로 적대시하고 불신하고 증오했다. 그렇게까지 오래되지 않았던 동서독도 갈등이 심하다. 따라서 통일은 때가 아니다. 우선 평화공존 및 평화적 교류와 협력이 필요하다. 20∼30년 걸려도 서로가 안심할 때 통일하자는 의견에 김위원장도 동의했다.”

―4, 5회 중요한 순간에 대화가 결렬됐다는데 위기를 느끼지 않았나.

“북한의 연방제와 관련해 대화가 막힌 적이 있고 남한이 자주적이지 못하고 미국에 종속돼 있다고 주장할 때 상당히 어려웠다. 이때 ‘알다시피 나는 당신과 직접 협력해 평양에 왔지, 미국의 지시를 받고 오지 않았다’고 말하자 상대방도 이해했다.”

―남북관계의 역행 가능성은….

“역행은 언제나 경계해야 한다. 정상회담 이후 국방장관회담에서 절대 무력 사용을 피하자는 대화가 있었으나, 구체적이고 지속적인 추진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미―북관계 개선이 필요하다. 평화는 이제 시작일 뿐 완료되지 않았다.”

<오슬로〓최영묵기자>ym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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