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발 금융위기' 올까…주가 40% 폭락

  • 입력 2000년 12월 7일 18시 42분


금융 혼란과 정국불안으로 대만과 터키가 휘청거리고 있다.

국제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가 6일 대만의 신용전망을 한 단계 낮춰 최근 확산되고 있는 대만발(發) 아시아 금융위기가 현실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또 극심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터키는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100억달러의 추가 구제금융을 받기로 해 이전보다 훨씬 고통스러운 개혁을 추진해야 할 입장에 놓였다.

▽대만〓S&P가 대만의 신용전망을 ‘부정적’으로 평가한 이유는 부실금융과 정치권의 혼란 때문. 97년 국제신용평가기관들의 신용등급 하향 조정으로 경제가 급속히 나락의 길로 빠진 한국처럼 대만도 비슷한 과정을 겪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일고 있다.

7일 폭락이 예견됐던 대만증시는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일단 소폭 상승했다. 그러나 외국인들이 점차 투자자금을 뺄 것으로 예상돼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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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의 경제위기가 시작된 것은 올 3월 야당인 민진당의 천수이볜(陳水扁) 총통 정부가 들어서면서부터. 국민당의 50년 독재기간 중 가려졌던 금융권의 부실이 하나둘씩 드러났으며 이 과정에서 정정 불안까지 겹쳤다.

정부측은 금융권의 부실채권 비율이 전체 여신규모의 4.5% 정도라고 주장하지만 외국계 투자회사들은 15% 정도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외국투자자들이 대만증시 편입 비율을 줄여나가는 바람에 자취안(加權)지수는 7일 현재 연초 대비 40%나 폭락했다. 1달러에 30∼31대만달러로 안정적이던 환율도 16개월 사이 최고인 33대만달러로 올랐다. 외환보유액도 7일 현재 1082억달러로 지난달보다 2.3% 줄었다.

대만의 경제위기 이면에는 소수파 정권이 개혁을 적극 추진하지 못한 게 큰 요인이 됐다. 소수파 정권의 한계로 인해 지난달 24일에야 부실금융기관을 강제 통합할 수 있는 금융구조조정법이 승인됐다. 하지만 정부의 과감한 구조조정 노력이 뒷받침되지 못해 내년 2월의 금융위기설이 증폭되고 있는 상황이다.

▽터키〓지난해만도 IMF구제금융의 모범국가로 분류된 터키는 올 10월까지 역사상 유례 없는 경제안정을 누려 왔다. 그러다 11월 중순 은행권의 부실문제가 터져 나오면서 증시가 2주 만에 40%나 폭락하고 외국인 투자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터키정부는 환율 방어에 나서 2주 동안 60억달러를 쏟아부었으나 효과가 없었다. 외환보유액도 180억달러 수준으로 급격히 떨어지는 등 유동성 위기가 초래됐다.

상황이 급박해지자 터키는 IMF에 추가 구제금융을 요청했다. 터키의 위기가 러시아로까지 번지는 것을 원치 않던 IMF는 이를 받아들이는 대신 보다 강력한 구조개혁을 요구했다.

뷜렌트 에제비트 터키대통령은 6일 “IMF가 요구한 모든 조치를 이행해 금융부문을 개혁하고 민영화와 인플레이션 억제 프로그램을 시행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윤양섭기자>laila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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