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총리 불신임안 표결]日자민당 사실상 分黨사태

  • 입력 2000년 11월 20일 18시 34분


모리 요시로(森喜朗) 일본 총리의 퇴진요구를 둘러싼 권력투쟁으로 집권 자민당이 사실상 분당 상태에 빠졌다.

무엇보다 주류파와 비주류파간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 비주류파 내에서도 퇴진요구에 대한 반대 의견이 등장했다. 주류파 내에서도 ‘모리총리 포기론’이 등장했다. 이처럼 주류, 비주류를 막론하고 자민당 전체가 들끓고 있는 것이다.

노나카 히로무(野中廣務) 간사장은 19일 모리총리 퇴진운동을 선도해온 가토 고이치(加藤紘一)전 간사장에게 탈당을 요구했고 가토씨는 이를 거부했다. 주류파는 내각불신임안에 찬성표를 던진 의원은 제명처분하고 다음 선거에서 공천을 주지않겠다고 최후통첩했다. 이는 비주류파를 고사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주류파의 이같은 방침은 내각 불신임안의 가결여부에 상관없이 비주류파와는 더 이상 함께 정치를 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주류파와 비주류파의 갈등은 이에 따라 더욱 깊어질 가능성이 커졌고 결국 분당사태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모리 총리 퇴진운동에 앞장서고 있는 가토파와 야마사키(山崎)파 내부에서도 분란이 일어났다. 가토파의 나카타니 겐(中谷元)자치성차관과 야마사키파의 도카이 기사부로(渡海紀三郞)과학기술청차관은 19일 사표를 제출했다. 불신임안에 찬성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불신임안에 반대하는 이탈 세력도 등장했다. 이날 가토파의 이케다 유키히코(池田行彦)외상 등 12명은 별도 모임을 갖고 퇴진요구에 동조하지 않기로 했다. 가토파의 명예회장이자 이 파벌의 전회장이었던 미야자와 기이치(宮澤喜一)대장상도 반대의사를 밝혔다. 45명의 가토파가 분열된 것.

가토 전간사장을 지지하고 있는 야마사키 다쿠(山崎拓)전 정조회장이 이끄는 야마사키파는 19명인데 퇴진요구에 대한 찬성의견을 밝힌 의원 10명과 나머지로 세력이 분열됐다.

이번 파동으로 모리 총리의 정치적 생명은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다. 불신임안이 부결된다 해도 주류파 내부에서조차 ‘모리 조기퇴진론’은 수그러지지 않을 전망이다. 노나카 간사장은 19일 “당총재선거를 미리 치를 수도 있다”며 가토 전간사장에게 타협책을 제시했다. 이는 “모리 총리를 퇴진시킬 테니 불신임안에 찬성하는 것만큼은 재고해 달라”고 의원들에게 요청한 것이다. 모리파가 “무슨 소리냐”며 불쾌감을 표시하자 이 제안은 없었던 것으로 끝났다.

모리 정권의 최대 지지세력인 하시모토(橋本)파의 실력자인 노나카 간사장이 모리 총리를 조기퇴진시키고 제3의 인물을 총리로 내세우자고 제안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파벌내 소장파의원을 중심으로 모리 총리에 대한 실망감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4월 총리취임 이후 잦은 실수로 여론의 지지를 잃어버린 모리 총리를 더 이상 지원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 힘을 얻어가고 있다.

모리 총리는 불신임안에 대한 표결처리 국면을 맞고도 중도퇴진을 거부해 주류파와도 갈등이 깊어졌다. 모리 총리는 20일 국회에서 “정치적 공백이 있어서는 안된다”며 퇴진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

일본 내각 불신임안 가결 사례

일시내각투표결과불신임 이유
48년 12월제2차 요시다 시게루 내각찬성 227
반대 130
야당이 ‘내각이 전후 민주화에 무력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제출. 여소야대 상태여서 가결
53년 3월제4차 요시다 시게루 내각찬성 229
반대 218
요시다 총리가 국회에서 야당의원에게 욕을 한 발언이 계기가 돼 ‘내각이 대미추종 일변도’라며 야당이 제출
80년 5월제2차 오히라 마사요시 내각찬성 243
반대 187
정치부패에 관련된 의원의 책임문제를 놓고 대립하다 야당이 제출. 자민당 내 파벌투쟁으로 비주류인 후쿠다파와 미키파 소속 의원이 결석해 가결됨.
93년 6월미야자와 기이치 내각찬성 255
반대 220
내각이 정치개혁에 소극적이라며 야당이 제출. 자민당 하타파 소속 의원이 찬성하고 이에 동조하는 다른 파벌의원이 결석해 가결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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