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선 궁금증 문답풀이]

  • 입력 2000년 11월 9일 19시 17분


《“조지 W 부시에게도, 앨 고어에게도 불공평하다. 선거운동에 참여한 사람은 물론 모든 미국인에게 불공평하다. 무엇보다 내게 불공평하다. 투표가 끝났는데도 승자를 모르는 마당에 어떻게 칼럼을 쓰란 말이냐.” 미국 CNN방송 정치 칼럼니스트 빌 프레스는 8일 자신의 칼럼을 이렇게 시작했다. 미국은 물론 전 세계를 혼란으로 몰아넣은 전대미문의 대통령 당선발표 번복 사태는 너무나도 특이한 미국의 대통령 선거제도에서 기인한다. 이번 선거에서 드러난 미 대선 제도의 문제점과 궁금증을 문답으로 풀이한다.》

Q.미국 대통령 선거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A.이번 선거에서 유권자가 선거인단을 뽑고 선거인단이 대통령을 뽑는 이중 투표 방식의 문제점이 극명하게 노출됐다. 고어 후보는 총 투표의 49%를 차지하고도 48%의 부시 후보에게 대통령 자리를 넘겨줘야 할지 모른다. 각 주의 선거인단 선거에서 한 표라도 많이 차지한 정당 후보가 선거인단을 모두 차지하는 ‘승자 독식(Winner―take―all)’ 방식에 따라 선거인단이 많은 주와 적은 주, 캐스팅 보트를 쥔 플로리다와 여타 주의 표 등가성(等價性)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

Q.세계 최강국이자 민주주의 보루라고 하는 미국에서 이처럼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이유는….

A.연원은 1787년 미국 헌법 제정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 헌법의 초안을 잡고 국가의 기초를 다진, 이른 바 ‘건국의 아버지들(Founding Fathers)’ 사이에는 대통령 선출 방식을 놓고 격론이 있었다. 알렉산더 해밀턴 등 귀족주의자들은 대통령을 의회에서 선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력과 경제력이 떨어지는 일반 민중에게 어떻게 미국을 통치할 대통령의 선출을 맡길 수 있느냐는 논리였다. 반면 토머스 제퍼슨 등 민중주의자들은 직선을 요구했다. 선거인단제는 이같은 논쟁의 타협점이었다.

Q.플로리다주가 재검표에 들어간 이유는….

A.주법에 의하면 후보 간 득표 차가 전체 유효표의 0.5% 이하일 경우 자동으로 재검표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번 대선에서 투표한 플로리다주 유권자는 600만명에 가까운데 표 차는 2000표 이하다. 특히 플로리다주는 선거인단이 25명으로 여기서 승리하는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는 승부처이기 때문에 재검표를 피할 수 없다.

Q.재검표 완료까지는 얼마나 시간이 걸리는가.

A.플로리다주 67개군의 선거 감독원들은 검표기를 동원해 재검표에 들어갔다. 67개군은 재검표가 완료되는 대로 주 선관위에 결과를 보고한다. 주 선관위는 이를 모아서 집계하는데 9일 저녁쯤 최종 결과 발표가 가능하다. 하지만 우편으로 도착하는 해외 거주 부재자투표는 투표일(7일자) 이내의 소인이 찍혔을 경우 투표일로부터 10일 내에만 도착하면 유효하기 때문에 개표는 17일까지 계속될 수 있다.

Q.재검표 절차는 어떻게 진행 되나.

A.각 군의 재검표 결과가 주도(州都) 탤러해시의 주 선관위로 보내지면 3인으로 구성된 선거조사위원회가 결과를 확인하게 된다. 3인은 젭 부시 주 지사, 캐서린 해리스 주 국무장관, 클레이 로버츠 연방선관위 주 사무국장이다. 이들은 각 군의 결과를 합계하고 교차 검증하는 작업을 한다. 부시 후보의 친동생인 젭 부시 주지사는 공정성 침해 우려에 따라 위원회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Q.선거조사위원회의 재검표 절차는 누가 감시하나.

A.민주당에서는 워런 크리스토퍼 전 국무장관이 이끄는 변호인단과 검표요원들이, 공화당에선 제임스 베이커 전 국무장관이 이끄는 감시단이 파견됐다.

<박제균·이종훈기자> 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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