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油 폭등 한국책임론 공방

  • 입력 2000년 10월 29일 18시 56분


최근 고유가 시대에 중동산 원유가가 비정상적으로 다시 폭등, 12월 도입분의 경우 수천만달러의 추가부담이 예상되는 가운데 그 원인이 한국측에 있다는 지적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세계적 석유가격조사기구 플라츠(Platt’s)의 19일자 논평에 따르면 12월 물량의 경우 중동산 두바이유와 이에 비해 품질이 나은 북해산 브렌트유의 가격 차가 배럴당 59센트로 크게 좁혀졌다는 것.

통상 두바이유는 브렌트유보다 배럴당 1∼1.5달러 정도 싸고 10, 11월 물량은 그 차가 2.5달러까지 벌어졌었다. 그러나 12월 인도분에 영향을 미치는 27일자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31.05달러였던 데 비해 두바이유는 30.55달러로 불과 0.5달러가 낮은 ‘고가(高價) 행진’을 계속하고 있는 것.

이같은 흐름에 피해가 가장 큰 나라는 도입원유의 70%를 중동산에 의존하는 한국 일본 등 동북아 국가들. 우리나라의 12월 한달 추가부담액만도 2000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런 마당에 플라츠는 중동산 원유의 가격인상이 12월 두바이유 물량의 상당부분을 한국석유공사가 집중매입한 결과라고 논평, 논란에 불을 붙였다. 중동산 석유가는 두바이유에 연동돼 결정된다.

실제 석유공사는 원유비축사업의 일환으로 12월 두바이유 물량 가운데 200만배럴을 샀고 올초엔 수익사업차 외국정유사(칼텍스 등)에 빌려줬던 원유 200만배럴 역시 12월까지 두바이유로 갚도록 계약을 했던 것. 한 달 생산량이 750만배럴에 불과한 두바이유 가운데 400만배럴의 수요가 갑자기 생긴 것이다.

국내 석유업계도 대개 ‘석유공사 책임론’을 수긍하는 분위기다. 계약상 잘못은 없지만 도입시기 등에 융통성을 발휘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유가상승을 주도했다는 것.

국내 정유사의 한 관계자는 “외국 정유사들이 석유공사 납입물량을 빌미로 작전을 편 징후가 있다”면서도 “석유공사가 이들에 강력히 경고하거나 납입연기 등의 조치를 취했더라면 아예 문제가 생기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석유공사는 “투기적 트레이더들과 두바이유 하락을 통해 반사이익을 취하려는 일부 정유사들이 퍼뜨린 악의적 소문”이라며 “중동정세의 불안으로 인한 두바이유의 강세와 미 전략비축유 방출로 인한 브렌트유의 하락에 우리가 무슨 책임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또 다른 석유업계 관계자는 “석유공사의 주장은 12월 물량의 급작스러운 인상을 설명하지 못한다”고 일축하며 “지금이라도 석유공사의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이헌진기자>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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