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인구기금 보고서]여성차별 경제 발목 잡는다

  • 입력 2000년 9월 21일 19시 10분


‘여성 차별은 경제 성장에도 재를 뿌린다.’

여성에 대한 차별과 학대는 당사자를 정신적 육체적으로 괴롭힐 뿐만 아니라 국가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유엔인구기금(UNFPA)의 ‘세계인구상황보고서’가 20일 발표됐다.

보고서는 전 세계 여성 3명중 한 명 꼴로 배우자나 가족에게 폭행을 당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미국의 경우 연간 40억달러(약 4조8000억원) 가량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고 추정했다.

보고서는 “기성세대가 여성의 지위에 대한 고정 관념을 어린이에게 심어 놓으면 이를 바꾸기 어렵다” 면서 “초등교육 강화와 법규 제정을 통한 여성 권리 확대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여성 차별로 인한 경제적 손실〓여성에 대한 폭력이 가져오는 직 간접적인 경제적 손실은 엄청나다. 보고서는 “여성에 대한 폭력은 피해자의 의료비 발생, 직장 결근, 경찰 보호 등으로 인한 상당한 경제적 손실을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의 경우 여성 폭력 피해자의 결근이 가져오는 생산성 저하와 의료비로 인한 경제적 손실만 연간 40억달러나 될 정도.

아시아의 경제 성장과 여성의 지위 향상의 상관관계도 밀접한 편이다. 보고서는 한국 대만 인도네시아 등 동아시아 국가들이 8%대의 경제성장을 이룩한 데는 유아사망률 감소가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여성에 대한 가족계획 교육이 확대되면서 유아사망률이 60% 이상 감소했으며 이는 지난 30년간 아시아지역 국가들의 1인당 국민소득을 1525달러 늘리는 효과를 가져왔다는 것.

전 세계적으로 여성의 중등학교 진학비율은 남성의 50∼60% 수준에 그치고 있다. 그러나 경제 성장 기여도에서 볼 때 여성에 대한 교육 투자는 남자보다 수익률이 높다는 것이 보고서의 분석이다. 여성의 교육기회를 늘리게 되면 사회에 진출하는 고학력 여성의 비중이 높아질 뿐만 아니라 가사에 종사하는 여성이 자녀 교육과 보건에 대한 투자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됨으로써 간접적으로 경제 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것. 보고서는 여성의 중등학교 진학비율을 1%만 높여도 0.3%의 경제성장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밝혔다.

▽여성의 폭력 피해〓보고서는 전반적으로 여성의 교육기회가 늘고 있음에도 여성에게 가해지는 폭력은 줄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 세계적으로 매년 400만명 이상의 여성이 섹스산업을 위해 국제적으로 매매되고 있다. 이중 절반에 가까운 180만명 정도가 15세 미만의 소녀라는 것이 보고서의 추산이다. 여성에 대한 폭력은 특히 아시아와 이슬람권에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폭력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는 방글라데시로 기혼여성 인구의 47%가 남편에게 구타당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낙태 성병 에이즈 등과 관련된 여성의 건강 악화도 심각한 문제. 낙태로 인해 사망하는 여성은 1분에 1명 꼴로 매년 전 세계 임신 여성 중 3분의 1 정도인 8000만명이 원치 않는 임신을 하고 있다. 8000만명 중 2000만명 정도는 위험한 낙태 수술을 감행하며 이로 인해 숨진 여성은 지난해 7만8000명으로 집계됐다. 에이즈 환자도 여성이 남성보다 200만명이나 많다.

▽교육 강화〓94년 이집트에서 열린 국제인구개발회의에는 여성의 지위 향상을 위한 법규 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법적 보호장치와 함께 교육 강화가 더욱 필요하다. 성과 출산에 관련된 교육을 늘리며 여성 교육인력을 보강해야 한다고 보고서는 권고했다.

<정미경기자>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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