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8한반도 특별성명 현황]남북대화 날개 달았다

  • 입력 2000년 7월 22일 01시 27분


21일 일본 오키나와(沖繩) 선진8개국(G8) 정상회의 첫날에 채택된 ‘한반도 정세에 관한 G8 특별성명’은 남북대화에 날개를 달아줄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을 제외하고 한반도에 영향력을 가진 대부분의 국가들이 공식적으로 한반도의 긴장 완화와 대화 진전을 지원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명채택까지는 상당한 우여곡절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밤 10시경 특별성명이 발표되기까지도 나고(名護)시에 있는 메인 프레스센터에는 ‘나온다’ ‘안나온다’는 소문이 번갈아 가며 들려올 정도였다. 당초 당연히 채택될 것으로 알려졌던 특별성명이 이처럼 어려운 과정을 거쳐 채택된 것은 최근 며칠 사이에 새로운 변수가 생겼기 때문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북한방문과 중동평화협상의 결렬, 그리고 유럽지역의 반발이 그것이다.

북한을 방문한 유일한 정상으로서 특별성명 채택을 강력히 지지한 푸틴대통령을 다른 정상들이 견제했다는 설이 있다. 또 중동평화협상 결렬로 곤경에 처한 미국을 돕기 위해 일본측이 서둘러서 중동평화협상을 지원하는 별도의 특별성명을 채택하려 시도한 것도 마이너스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것. 유럽 국가 정상들은 막판까지 “한반도에 대한 특별성명을 채택하려면 코소보 문제에 대해서도 같은 성명을 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미사일방어체제(NMD)계획으로 궁지에 몰린 미국으로서도 한반도의 해빙무드를 인정하는 특별성명이 그리 달갑지 않았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극적으로 이뤄진 남북정상회담을 후원하기 위해 특별성명을 채택하겠다고 처음으로 밝힌 국가는 회담 의장국인 일본의 모리 요시로(森喜朗)총리였다. 일본으로서는 특별성명을 채택하면 북한과의 국교정상화 교섭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고려를 했음직하다. 또한 ‘의장국 프리미엄’을 이용하면 특별성명을 내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라도 판단도 작용했다.

특별성명 채택에 대해서는 오히려 한국측에서 더 많이 걱정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주일 한국대사관의 한 관계자는 일본 정부의 특별성명 채택 방침이 알려지자 “아무리 의장국이라 하더라도 특별성명을 채택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면서 “다른 나라들도 자국에 유리한 특별성명을 내달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외교통상부도 이날 마지막까지 특별성명 채택을 장담하지 못하고 신경을 곤두세웠다는 후문이다.

13일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일본 외상이 한국을 방문해 김대중(金大中)대통령 등과 만나 특별성명 문안까지 협의한 일본으로서는 체면이 서게 됐다. 북일 수교교섭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기대된다.

그러나 부담도 없지 않다. 남북대화가 원만히 진전되지 않을 경우에는 일본과 러시아 등을 제외한 국가들의 협조를 얻어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남북 당국은 특별성명 채택과정에서 드러난 강대국의 역학관계를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주변정세 변화에 따라 한반도는 언제나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차질없이 대화를 진전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오키나와〓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

▼한반도에 관한 G8성명(2000년7월21일 오키나와)▼

우리들은 2000년 6월 13일부터 15일까지 평양에서 개최된 한국과 북한간의 정상회담을 따뜻하게 환영하고 이 회담의 역사적 중요성을 강조한다. 우리들은 이 회담에 따라 이루어진 긍정적인 진전을 전면적으로 지지하고 남북대화가 계속해서 더욱 진전될 것을 장려한다. 우리들은 남북공동선언의 성실한 실시를 포함하는 이러한 프로세스가 남북관계에 있어서 새로운 시대를 개척하고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할 것을 진심으로 희망한다.

우리들은 동북아시아의 안정에 기여하는, 한반도의 긴장완화 및 영속적인 평화확립을 위해 한국과 북한에 의한 모든 노력을 강력히 지지한다. 우리들은 또 긍정적인 진전에 기여하는 한국의 햇볕정책에 대한 강한 지지를 다시 한번 표명한다. 우리들은 북한이 보여준 건설적인 자세를 환영하고 긍정적인 일보로서 미사일 발사의 동결의 재확인을 주목한다.

우리는 북한에 대하여 이러한 노력을 계속하도록 요청한다. 이와 관련해 우리는 안전보장, (핵과 미사일)불확산, 인도 및 인권에 관한 모든 문제를 둘러싼 국제적인 우려에 대하여 건설적인 대응을 기대한다.

<심규선기자>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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