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 도쿄]김덕수 놀이패 도쿄서 흥겨운 춤판

  • 입력 2000년 7월 17일 18시 53분


14일 저녁 일본 도쿄(東京)의 번화가 아카사카(赤坂)의 TBS TV 공개홀 ‘아카사카 브리츠’에서 신나는 춤판이 벌어졌다. 2시간에 걸친 김덕수 사물놀이패의 공연이 끝난 직후였다.

놀이패가 마지막 인사를 하고 무대 뒤로 퇴장했으나 관객들은 계속해서 박수를 쳐댔다. 놀이패가 다시 나왔다. 사물놀이패 리더인 김덕수씨가 마이크를 잡았다. “앙코르입니까. 한국의 앙코르는 함께 나와 춤을 추는 것입니다. 춤을 추고 싶은 분은 무대 위로 올라오시기 바랍니다. 다만 무대가 망가질 염려가 있으니 하이힐만은 사양합니다.” 일본말 안내였다.

“올라갈 사람이 있을까.” 기자의 염려는 금방 기우임이 드러났다. 눈 깜짝할 사이에 100여명의 관객이 무대위로 올라갔다. 갓난아기를 무동 태우고 올라간 관객도 적지 않았다. 이들은 북 장구 꽹과리 징의 가락에 맞춰 덩실덩실 춤을 추며 무대 위를 돌기 시작했다. 때로는 혼자서, 때로는 손을 잡고. 신명나는 춤판은 10여분간이나 계속됐다.

이날 입장객은 1500여명. 누가 한국인인지 일본인인지는 알 수 없었다. 한국문화원(원장 김종문·金鍾文)측은 6 대 4 정도로 일본인이 조금 많았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무대 위로 올라가 춤을 춘 관객 중에는 일본인도 꽤 있었을 것이다. 기모노 차림으로 춤을 추는 여성도 눈에 띄었다.

그런 점에서 이번 공연은 한국인의 집안잔치를 넘어섰다. 한국의 가락이 일본인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기 때문이다. 양국이 왜 문화교류를 하려는지를 관객들 에게 보여준 행사였다.

이날 공연을 보며 지난해 10월21일 같은 무대에서 있었던 또 다른 공연을 머리에 떠올렸다. 그때는 한국의 젊은 가수들이 일본 젊은이들을 열광시켰다. 엄정화 박미경 클론 원타임 등이 나와 히트곡을 부를 때마다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당시 일본의 한 대중음악평론가는 “한국의 가요가 일본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무대”라고 평가했다.

사물놀이 공연을 보고 나오던 우에노 요코(上野陽子·26)는 말했다. “일본 전통음악과 비슷한 점이 많아 마음 편하게 관람했습니다. 마지막에 수많은 관객이 어우러져 함께 춤추는 장면은 잊지 못할 것 같아요.”

문화개방을 하면 한국에 일방적으로 불리하다고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최근 일본에서 벌어지는 각종 한국문화공연을 보고 느낀 소감은 조금 다르다. 내용만 좋으면 우리 문화도 일본에서 얼마든지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심규선 특파원>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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