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 마늘협상]'저자세 교섭' 실리-명분 못살려

  • 입력 2000년 7월 16일 18시 55분


한국과 중국간의 마늘 협상이 40여일만에 사실상 타결됐다.

외교통상부는 지난달 29일부터 중국 베이징에서 마늘분쟁 실무 협상을 벌여온 한중 협상단이 14일 최종 합의문에 가서명했다고 15일 발표했다. 합의문은 중국측의 상부 보고와 확인 절차가 끝나는 이번 주말경 정식 서명될 예정이다.

한편 농림부는 협상 타결로 인한 농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15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이날 밝혔다. 농림부는 “예산 500억원을 들여 모든 마늘 농가의 희망량을 정부 보장가로 수매하고 1000억원을 별도로 투입해 마늘 생산유통센터 설치, 씨마늘 개량, 기계화 생산 등을 통해 마늘의 안정적 생산 기반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타결 내용〓한국은 올해 저율관세(30%) 적용 중국산 냉동 초산마늘의 수입 쿼터를 2만t 가량 허용해 주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중국이 이미 확보해 놓은 한국에 대한 최소시장접근(MMA) 물량1만1895t을 합해 올해 한국에 50% 이하 저율관세로 수출할 수 있는 마늘은 3만2000t에 달한다. 이 물량은 지난해 국내에 수입된 3만7000여t보다는 5000여t 가량 줄어든 것이다.

그러나 한국은 저율관세를 매기는 중국산 마늘의 수입 쿼터를 해마다 조금씩 늘어나는 MMA 물량 증가 수준에 맞춰 늘려주기로 했다. 중국은 대신 지난달 7일 발표한 한국산 폴리에틸렌 및 휴대전화 수입중단 조치를 해제하기로 해 두 품목의 수출이 재개됐다.

▽양국의 득실〓협상 결과를 따져 보면 한국은 대체로 얻은 것보다는 잃은 것이 많다는 평가를 피할 수 없다. 물량만 놓고 본다면 매년 급증하는 중국산 마늘 수입을 다소 줄이는 성과를 거뒀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한 달동안 폴리에틸렌과 휴대전화 수입 금지 조치로 우리나라는 폴리에틸렌 1400만 달러, 휴대전화 150만 달러를 수출하지 못했다. 여기에다 통관 계류중인 물량과 생산 지연된 물량까지 포함하면 업계의 피해는 그 몇 배로 추산된다. 그러나 한국은 중국측의 일방적인 조치로 당한 이같은 피해에 대해 아무런 ‘보상’을 얻어내지 못했다.

▽통상 정책의 문제점〓부처간 불협화음과 전략 전술의 부재. 마늘분쟁 발발에서 협상 타결까지 지난 40여일간 정부가 보여준 것은 통상 정책의 총체적 난맥상이었다.

중국의 무역 보복을 당하자 정부 부처간에는 마늘에 대한 긴급수입제한 조치의 타당성 여부를 놓고 격렬한 논란이 벌어졌다. 적과 싸움을 앞두고 아군끼리 내분을 벌이는 양상을 보임으로써 협상을 시작하기 전부터 전열은 흐트러졌다. 이런 양상은 명분에서 밀리는 중국측을 압박하지 못하고 오히려 시종일관 중국에 끌려다니는 모습으로 이어졌다. 통상교섭 대외창구인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와 산업자원부, 농림부 등 관련 부처간에 정보 교환과 의견 조율도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

<이명재기자>mjl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