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 9월13일 독립선포…美-이 발빠른 대응

  • 입력 2000년 7월 4일 23시 45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3일 이스라엘과의 평화협정 체결 최종시한인 9월13일 협정 체결 여부와 상관없이 독립을 선포하기로 했다.

팔레스타인의 최고 의결기구인 팔레스타인 중앙위원회(PCC)는 이날 열린 회의에서 위원 129명이 격론을 벌인 끝에 6년간의 과도 자치기간이 끝나는 9월13일 독립을 선포하기로 결의하고 독립선언서 초안을 채택했다.

독립선언서 초안은 “스스로의 국가를 세울 수 있는 팔레스타인의 권리와 이 지역내에서 유대 및 아랍민족의 2개국 원칙을 인정한 유엔 결의 181호에 의거해 우리는 팔레스타인 국가의 독립이 실현될 것을 전 세계에 선언한다”고 밝혔다.》

▽팔레스타인의 입장〓PCC가 9월13일을 기해 일방적으로 독립을 선언하겠다고 결의한 것은 이스라엘과의 지루한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는 마지막 승부수로 볼 수 있다.

팔레스타인인들은 그동안 이스라엘측의 무성의와 협상을 주도하지 못하고 끌려다니는 자치정부 지도부의 무능력에 대해 분노를 표출해 왔다.

93년 체결된 ‘오슬로협정’에 따라 94년 출범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당초 예정대로라면 지난해 5월 독립국가를 세웠어야 했다. 양측은 오슬로협정에서 팔레스타인이 94년부터 5년동안 자치기간을 거쳐 동예루살렘, 요르단강 서안 등 67년 이스라엘이 점령한 지역에 독립국가를 건설할 것을 약속했다.

야세르 아라파트 자치정부 수반은 지난해 9월 이스라엘의 강경책에 밀려 자치기간을 1년 연장, 올해 9월에 평화협정에 서명하고 독립국을 건설하기로 했다. 그러나 2월 열린 정상회담이 실패로 끝나는 등 협상이 지지부진하면서 이마저 실행이 불투명한 상태다.

팔레스타인이 수도로 삼고자 하는 동예루살렘 문제,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구의 이스라엘 정착민 문제, 팔레스타인 난민 귀환문제 등의 해결이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동예루살렘의 경우 종교문제도 걸려 있어 쉽게 합의점을 도출하기가 어렵다. 이스라엘은 성지인 예루살렘이 또다시 이슬람교도에게 점령되는 것을 바라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팔레스타인측은 협상에만 매달려서는 독립국가 건설이라는 숙원을 이루지 못할 뿐만 아니라 국민의 불신만 부르게 된다는 절박한 심정에서 초강수를 둔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의 반발〓팔레스타인측의 독립 선언에 대한 이스라엘의 입장은 강경하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이 일방적으로 독립을 선언할 경우 군사력 동원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에후드 바라크 이스라엘 총리는 3일 “팔레스타인이 일방적으로 독립을 선포한다면 이스라엘은 요르단강 서안 등에 대한 관할권을 확대하고 요르단 계곡에 군사 안전지대를 설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팔레스타인측도 이에 대해 “이스라엘이 만약 어리석은 행동을 한다면 국가의 존재 자체가 흔들릴 정도로 강력한 보복을 당하게 될 것”이라고 응수했다.

▽미국의 고민〓그동안 중동 평화협상을 중재해 온 미국은 어렵게 조성된 중동의 평화 분위기가 깨지게 될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미국은 이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가운데 어느 쪽도 일방적인 행동을 하지 않기를 바란다”는 성명을 발표했으며 미 국무부의 한 관리도 “양측은 미국이 일방적인 행동을 반대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는 경고성 발언을 했다고 말했다. 미국은 견해차이를 좁히기 위해 7∼8월중 한두 차례에 걸쳐 3자 정상회담을 가질 것을 양측에 제안했으나 반응은 미온적이다.

<홍성철기자>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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