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중앙銀 "거품경제때 금융정책 실패" 첫 인정

  • 입력 2000년 5월 31일 19시 19분


“땅값 등 자산가격이 올라가는 것은 금융정책에 대한 ‘경계신호’였는데 이를 제대로 읽지 못했다.”

일본의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거품경기 때의 금융정책을 반성하는 보고서를 펴냈다. 정부차원에서 거품경기를 종합분석한 보고서를 내고 정책의 실패를 공식 인정한 것은 처음이다.

일본은 1980년대 후반부터 90년 초에 거품이 꺼지면서 장기 침체에 들어갔다. 일본에서는 이를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부른다.

이 보고서는 ‘잃어버린 10년’을 초래한 데 대한 일본은행의 반성문이다.

보고서는 당시에는 엔강세 저지와 내수확대가 지상명제였고 이것이 판단을 그르치는 원인을 제공했다고 분석했다. 경기가 좋아지고 있는데도 저금리가 계속되리라는 기대가 땅값 등 자산가격의 급등을 부채질했다는 것. 미국이나 서독 등은 88년 여름부터 금리를 인상했으나 일본은행은 당시로서는 최저인 2.5%의 금리를 89년5월까지 2년3개월간이나 밀고 나갔다.

금리인상이 늦어진 데 대해 보고서는 당시 소비자물가가 안정되어 있었고 토지에 거액의 돈이 몰리는 것이 나중에 어떤 문제를 야기시킬 것인지에 대한 공통의 이해가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거품경기의 붕괴로 거액의 불량채권이 생길 것이라는 것을 아무도 몰랐다는 것.

보고서는 또 당시에는 금리인상을 하면 엔강세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만을 했고 금융정책으로 환율을 통제할 수 있다고 과신한 것이 잘못이었다고 분석했다.그러나 보고서는 당시 미국이 달러폭락을 염려해 ‘국제협조’라는 이름으로 일본측에 금리인하를 강요한 데 대해 “국제협조라는 말은 미국이 행해야 할 경제정책을 다른 나라에 억지로 떼밀어 붙이는 수사에 불과했다”고 꼬집었다.

<도쿄〓심규선특파원> 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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